“조선시대 풍속화를 전공으로 결정한 후 공부하는 내내 ‘그림에 등장인물은 왜 한결같이 신나는 모습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가장 큰 화두였어요. 궁궐에서 제작된 풍속도는 결국 통치자의 생각이 반영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죠. 백성의 교화용이나 태평성대 선전용으로 그리다보니 노동하는 사람들이 신나고 정겨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죠.”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있는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프로젝트에 ‘처음 강의를 맡은 신선영(사진) 박사(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지식정보센터)는 풍속화를 자신의 전공분야로 선택한 계기를 이처럼 설명했다.
조선시대 미술을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만 국내에 풍속도 전문가로는 정병모 경주대 교수, 이태호 명지대 교수 등 손에 꼽힐 정도다. 이유는 남아있는 자료가 부족하고 작자미상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풍속도 하면 김홍도와 신윤복을 떠올리는데 두 사람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 논문으로서 새로운 주제가 될 수 없었던 것. 그가 선택한 주제는 조선말 개항기의 화가 김준근. 기산풍속화첩 등을 남긴 19세기 화가인 그는 작품성 보다는 상품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세기 말 개항장이었던 원산·부산·제물포 등지에서 선교사에게 판매할 기념품으로 제작한 개항장의 풍속화였던 것이다. 기산풍속화첩 역시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에 소장돼있다.
지난 2012년 박사학위를 받은 신 박사는 “처음 논문주제를 정했을 때 말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며 “자료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논문을 쓸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김준근의 풍속도를 전공분야로 정한 신 박사는 해외 민속학박물관에 조선시대 풍속도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덴마크, 네델란드,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함부르크 등 유럽의 주요 민속학박물관을 찾아가 일일이 확인하면서 국내에 남아있지 않은 자료를 수집해 나갔다. 그는 “서양인들에게 풍속도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연구자료였으며, 관광상품이기도 했다”면서 “해외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조선시대 풍속도를 보면서 당시 유럽학문이 어느 정도로 체계적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종로도서관에서 ‘풍속화, 선조들의 생활을 엿보다’라는 제목으로 오는 24일까지 5주에 걸쳐 강의를 하고 있는 신 박사는 “시민들의 열정이 이렇게 뜨거울지 몰랐다.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에너지를 받아가는 귀한 시간”이라면서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고 강의를 마치고 활짝 웃으며 ‘잘 듣고 간다’는 말을 전하는 수강생들에게 되레 감사한 마음”라면서 고인돌 프로젝트에 참가한 의미를 전했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