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MMDA로 자금 유입 폭증… 고민 커지는 은행

6개 은행 9월말 잔액 100조 육박… 증가 속도도 빨라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MMDA) 예금 잔액이 올 들어서만 15조원 이상 늘며 은행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데다 대출 시장 또한 예전 같지 않아 MMDA 계좌로 들어오는 돈을 굴리기 마땅치 않은 탓이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이 KEB하나·우리·KB국민·신한·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개 은행의 9월 말 현재 MMDA 잔액을 집계한 결과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규모다.

증가 속도도 상당히 가팔라 이들 은행의 MMDA는 올 들어 9개월 동안 15조5,000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EB하나은행이 23조4,000억원에서 30조2,000억원으로 무려 7조원 가까이 늘어났으며 우리은행은 22조원에서 25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민은행(12조4,000억원→14조6,000억원), 신한은행(10조2,000억원→12조1,000억원), 기업은행(7조9,000억원→9조2,000억원) 등도 큰 폭으로 늘었으며 농협은행의 경우 8조5,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비교적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들은 MMDA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 운용의 안정성은 떨어지는 반면 이자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때문에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실제 개인고객 대상의 MMDA는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줘야하며 이율도 0.1% 수준인 보통 예금과 비교해 최소 7배 이상 높다. 은행연합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경우 개인고객이 1억원 이상을 MMDA 계좌에 예치하면 연 1%의 금리를 제공 중이며 국민·우리·농협은행도 0.9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법인 대상의 MMDA 또한 10억원 이상을 예치할 경우 국민은행은 0.80%의 이자를 제공 중이며 기업은행과 농협은 각각 0.7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외국계 은행에서는 MMDA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30%에 불과하지만 1억원 이상을 MMDA에 예치한 개인고객에게는 1.40%의 금리를 제공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1억원 이상을 MMDA에 예치할 경우 여타 시중은행보다 높은 1.15%의 금리를 제공 중이다. 업계에서는 고객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국계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MMDA를 통한 고객 몰이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올 들어 MMDA 관련 금리를 정기예금 및 적금 금리보다 가파르게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몇몇 은행은 법인 대상의 MMDA의 경우 7일 이상을 예치해야 약속된 이자를 제공하는 등 돈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제약을 두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는 "대출로 엮여 있는 거래 기업의 경우 MMDA에 가입하면서 추가로 우대금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에 맞춰주다 보면 예대마진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출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라 MMDA로 몰리는 자금은 더욱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내년 1월부터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 그동안 은행들의 주수익원이었던 가계 대출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지나친 경쟁으로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데다 좀비 기업 퇴출 방안이 본격 시행되면 영업에 제약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대출은 대형 조선사 등의 연쇄 부실 우려로 오히려 대출 축소를 통한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1980~1990년대만 해도 대출 수요가 워낙 많아 시중자금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는지가 은행의 핵심경쟁력이었다"며 "이제는 대출이 은행 영업의 핵심이 된 상황에서 유동성은 크고 금리는 높은 MMDA가 은행에 '계륵'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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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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