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사이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산업재편 과정에서 다양한 투자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재미교포 출신으로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의 사모펀드(PE)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규성(50·사진) 부최고투자책임자(CIO)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은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에서부터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소기업까지 역동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라며 "칼라일은 한국에서 제2의 ADT코리아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CIO는 칼라일그룹의 공동 창업자 겸 CIO인 윌리엄 콘웨이 회장을 이을 2인자로 월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칼라일은 지난해 4월 보안전문 업체 타이코로부터 ADT코리아(옛 ADT캡스)를 2조65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당시 1조5,000억~1조7,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던 ADT캡스에 과감한 베팅을 하며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어피니티, IMM PE 등 쟁쟁한 경쟁자를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다.
당시 1조5,000억~1조7,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던 ADT캡스에 과감한 베팅을 하며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어피니티, IMM PE 등 쟁쟁한 경쟁자를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시 ADT캡스 인수작업을 주도한 이상현 칼라일 한국 대표의 치밀한 전략 뒤에 차입매수(LBO)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이 부CIO가 있었을 것으로 봤다. 실제 칼라일은 전체 인수대금의 70%를 외부차입으로 조달했다.
그가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역동성이다.
그는 "한국은 재벌의 지배구조가 변하거나 해체되고 있고 새로운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생겨나는 등 근본적인 역동성에 대한 잠재력이 있다"며 "칼라일은 한국 시장에서의 투자기회를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의 거시적 환경이 발전하고 있고 산업지형도 많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투자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은 분명히 우리가 투자를 늘리고 싶은 시장"이라면서 "1999년 칼라일코리아를 설립한 후 올 9월까지 총 17억달러의 자본(외부자금 제외)을 한국에 투자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이상현 대표가 대형 기업 인수전략을 이끌고 있고 박상필 대표가 중소 규모의 회사를 대상으로 투자전략을 주도한다"며 "두 대표는 한국 내 사업에 대해 많은 기대와 애착을 가졌으며 칼라일 역시 본사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칼라일이 국내에서 제2의 ADT코리아를 찾기 위해 주목하는 분야는 헬스케어·소비재·서비스·금융이다.
그는 "ADT코리아처럼 한국에서 다양한 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안다"며 "칼라일은 특히 소비재·유통·서비스·산업재·헬스케어·금융 부문 등 광범위한 산업군에 걸쳐 지속적으로 투자기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칼라일은 외국의 모범사례뿐만 아니라 물적·인적 자원을 한국으로 가져와 한국 회사들이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경영진과 함께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부CIO는 칼라일이 단기 차익 실현에 치중하는 일부 외국계 자본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칼라일은 바이아웃(Buyout·기업경영권 인수) 투자를 할 때 장기적 가치 창출을 가장 깊이 고민한다"며 "투자한 기업의 경영이 개선되고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 칼라일의 핵심 성공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칼라일에는 오랜 비즈니스 경영 경험을 가진 운영위원 23명과 고문들이 있다"며 "이들이 투자팀과 함께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수한 기업이 경영성과를 내는 데 일반적 경우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칼라일도 장기간에 걸쳐 해당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전략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국인 한국에서 사모펀드 산업이 발전하는 것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에는 좋은 사모펀드 회사들이 많이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사모펀드 산업은 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최고의 인재와 강력한 실행력, 최고의 투자 결과를 낼 수 있는 회사가 성공을 거두고 번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민우·박준석기자
ingagh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