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조휴정PD의 Cinessay] '그을린 사랑'

전쟁·복수로 파괴된 한 여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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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세계에서 테러로 숨진 사람은 무려 3만2658명이나 된다. 모두 누군가의 사랑스런 아들이고 딸이고 남편이다. 도대체 이 증오의 질긴 고리를 어떻게 풀어야할까.

이번 프랑스 파리 테러로 다시 세계는 혼란에 빠져있다.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앞으로의 삶은 지옥과 같을거다. 프랑스도 바로 IS 본거지를 공격하며 복수에 나섰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수…. 서방이 똘똘 뭉쳐 IS를 물리친다한들 수 천년 이어져온 중동문제, 아니 이제는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문제가 돼버린 종교·인종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까?

벌써부터 이슬람에 대한 혐오주의, 난민정책의 수정 등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선량한 대다수의 무슬림들은 또 얼마나 끔찍한 차별을 받게 될 것인가. 이슬람은 어느 종교보다 신도도 많고 젊다. 고령화되고 있는 타 종교와 달리 20대 신도가 가장 많다. 소외된 이슬람 젊은이들이 증오로 가득찬 전쟁광으로 변하지 않도록 우리가 성숙한 의식을 보여야 한다.

사실 평범한 개개인에게 수 천년간 이어져온 민족 간, 국가 간 옳고 그름이 얼만큼이나 와 닿겠는가. 그저 내 아버지가 누구 손에 죽고, 내 남편이 무슨 전쟁에서 죽고, 내 누이가 누구에게 험한 일을 당한, 지극히 개인적인 고통을 통해 의식화된다. 여기에 무기를 팔기위해서라면 그 어떤 비극도 상술로 이용하는 파렴치한들의 탐욕이 합쳐지면 그 적대감은 쉽고 빠르게 현실화된다.

전쟁과 복수가 얼마나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그을린 사랑'(2010년작, 캐나다)은 불편할정도로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중동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 기독교인 나왈은 이슬람 난민 출신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임신까지 하게 되지만 그 대가는 가혹했다.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친오빠들에 의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보게 되었던거다. 나왈은 어렵게 아들을 낳아 고아원에 보내면서 나중에 꼭 찾기 위해 발목 뒤에 세 개의 점을 표시해둔다. 세월이 흘러 나왈은 아들을 찾기 위해 전쟁터를 헤매며 최선을 다하지만 그때마다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실패한다. 나왈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의식화되고 전쟁의 주범으로 생각되는 인물에게 테러를 하려다가 붙잡히고 만다. 그리고 악명높은 고문관 아부타렉에게 수없이 강간을 당하고 임신까지 하게 된다. 나왈은 옥중에서 쌍둥이를 낳고 출감 후 쌍둥이와 함께 살게 된다. 결국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캐나다로 이주한 나왈은 수영장에서 뒷발목에 세 개의 점이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틀림없는 자신의 아들이다. 나왈은 천천히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다. 남자는 아부타렉이었다.

너무나 끔찍한 결말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도 오랫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이슬람 문화에서 자유연애를 한 나왈에게 가해진 사회적 폭력에 같은 여자로서 불쌍하고 안타까웠지만 전쟁광 아부타렉도 희생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 어린 생명이 전쟁 중인 척박한 고아원에서 외롭고 두렵게 자랐을 생각을 하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악해질 수 있냐고, 나는 말하지 못하겠다.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이 이유없이 죽어야 이 비극이 끝날 것인가. 어떤 지혜로도 풀어지지않을것 같은 문제지만, 나왈이 남긴 유서가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된다 .

"모든 생명은 사랑으로 태어났고, 이제 용서해야한다. 그리고 함께 있는 시간은 소중하다."

조휴정 KBS PD (KBS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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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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