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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해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차기 후보가 7명으로 압축됐다. 18명의 지원자 가운데, 1차 관문을 통과한 이들 7명은 다음주까지 평판도 조사와 면접을 거쳐 3배수로 다시 좁혀진 뒤 청와대 인사 검증이 끝나면 이달 말께 신임 CIO가 선임된다.
1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이사(CIO) 후보 7명에 정재호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와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 안효준 교보악사자산운용 대표, 권재완 AJ인베스트먼트 부사장, 강면욱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영덕 성장사다리펀드 자문위원장, 김용문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싱가포르 법인장이 올라 있다.
정재호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새마을금고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하며 4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한 경험이 있고, 2년 전 홍완선 현 본부장과 막판까지 국민연금 CIO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었다. 이동익 전 본부장은 국부펀드인 KIC에서 2012년부터 2년간 500억달러 넘는 자금 운용을 총괄하며 폭넓은 국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 국민연금이 향후 자산 운용의 무게 중심을 해외와 대체투자에 두고 있어 KIC에서 대체운용실장까지 거친 전문성이 강점이다.
안효준 대표는 후보군 중 유일하게 '국민연금 DNA'를 지니고 있다. 안 대표는 2013년 11월 교보악사자산운용 대표로 선임되기 전 3년 동안 기금운용본부의 해외증권실장과 주식운용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과 CIO 간 갈등 속에 인사 파동이 일어난 만큼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이 와야 조직을 수습하고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다는 평가 속에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영덕 위원장은 코람코자산운용 대표와 공무원연금공단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경력은 손색이 없지만 1954년생으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신임 이사장 등과 관계를 고려해 국민연금 측은 50대 초중반 후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상업은행 출신인 권재완 부사장은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을 지냈고 KTB PE에 근무하며 자산운용에도 실력을 쌓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완선 현 본부장과 대구고 동문이라는 점이 오히려 감점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면욱 전 대표는 국민투자신탁에서 국제운용팀장과 런던사무소장을 거쳤으며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마케팅본부장과 ABN암로 자산운용 서울 대표를 역임했다. 미국 시카고대 MBA 출신인 김 전 법인장은 머래이존스톤과 UBS자산운용 등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10년간 근무한 해외통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004년 국내 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해외에 진출할 때 직접 선봉장으로 낙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운용 전문성과 경력 등을 고려할 때 정 대표와 이 전 본부장, 안 대표를 3배수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해외투자의 실력파로 알려진 김 전 법인장을 다크호스로 꼽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사 추천위원회는 7명 후보에 대해 이르면 다음주 면접을 실시한 후 최종 후보 3명 정도를 선정해 신임 이사장 또는 이사장 대행에게 추천하고 이후 복지부와 협의해 청와대 인사검증 후 이달 말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