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 선언한 삼성의 전략은

삼성전자, 공격적 M&A로 스마트카 시장 뚫는다

차량용 반도체·자율주행 등 이미 기술력 갖춘 기업 인수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애플·구글과 격차 좁힐 듯


자동차 전장부품 진출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시장 격차를 단숨에 줄이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의 보시, 일본의 르네사스(차량용 반도체), LG전자(텔레매틱스), 재팬디스플레이(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각 분야 1위 업체들을 단시일 내에 뒤쫓으려면 이미 기술력과 영업력을 보유한 업체를 인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과 애플이 앞서고 있는 자동차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기술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어 전방위적인 M&A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13일 "미국 벤처회사인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삼성페이의 핵심기술을 확보했듯 스마트카와 관련한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라면 모두 (삼성전자의) 구매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이미 수조원대의 실탄을 장전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의 '쇼핑 목록'에는 어떤 기업의 이름이 올라 있을까. 재계에서는 삼성이 라이벌인 애플을 모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주특기인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기술 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애플은 스마트카 관련 '타이탄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올 들어 공격적으로 관련 기업들을 집어삼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발표한 M&A만 5건에 이른다.

먼저 지난 4월에는 이스라엘의 3D 촬영 및 안면인식 기술 전문 기업인 '링스'를 2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어둠 속에서도 고화질 사진을 찍고 이렇게 수집한 사진으로 입체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5월에는 초정밀 위성항법장치(GPS) 기업인 '코히런트 네비게이션'을 인수했다. 지형지물을 인식하고 막히는 도로를 피하는 식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차 범위 10㎝ 미만의 초정밀 GPS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9월에는 지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인 '맵센스'를 3,000만달러에 사들였고 10월에는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퍼셉티오'를 인수했다.

자율주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기업도 먹어치우고 있다. 10월 인수한 영국 스타트업 '보카리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컴퓨터가 사람의 음성을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가 스마트카 안에서 음성만으로 컴퓨터에 지시를 내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컴퓨터와 운전자가 서로 대화하는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업 사냥이 예상된다. 현재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는 전자제어장치(ECU)와 자동차 내외부의 온도·압력·속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 등을 통틀어 약 200여개에 이른다. 오는 2018년 시장 규모가 364억달러로 예상될 정도로 성장 잠재력도 크다. 삼성은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서버에 탑재되는 반도체와 자동차용 반도체는 성격이 아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다품종 소량' 시장인데다 시장 진입 장벽도 높아 삼성이 적극적인 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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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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