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글로벌 경제의 공용어 '표준'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이관섭차관_증명사진

지난 8월 경원선 남측 구간 철도복원 사업 시작을 위한 기공식이 열렸다. 경원선 철도가 복원되면 우리나라에서 러시아를 통해 유럽까지 하나의 철도로 연결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바로 러시아 철도 폭이다. 우리나라와 유럽은 세계 철도의 표준인 스티븐슨 궤간을 적용해 철도 폭이 1,435㎜지만 러시아는 이보다 넓은 1,520㎜와 1,524㎜의 철도 폭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기차가 유럽까지 가기 위해서는 러시아에서 기차를 교체하거나 차량을 개조해야 한다.

이런 낭비를 줄이는 것이 바로 표준의 역할이자 중요성이다. 표준은 공동체가 함께 지키기로 합의한 약속이며 이를 국가 간 약속으로 정한 것이 국제표준이다. 1995년 1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과 동시에 발효된 무역기술장벽(TBT)에서는 회원국들의 국가표준이나 기술규제에 국제표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할 것을 규정해 국제표준의 역할과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국 표준을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도록 해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거나 표준을 선점해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 제품·서비스·기술 등의 시장지배력을 확보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표준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1961년 국가표준(KS)을 도입한 후 표준을 활용해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확대와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다. 정부는 표준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하에 표준화 체계의 선진화를 위해 2001년부터 5년 단위로 '국가표준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우리 원천기술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 제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05년 27건에서 2014년 78건으로 3배 정도 늘어났으며 국제표준화기구(ISO) 임원 진출을 전폭 지원하면서 임원 수임 건수도 2007년 63건에서 2015년 161건으로 2.5배 정도 증가했다. 특히 올 9월에는 국제표준화기구 가입 52년 만에 처음으로 표준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ISO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제표준화 활동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으며 국제표준화기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기반도 확보했다.

'2015 세계 표준의 날(매년 10월14일)'을 맞아 국제표준화기구에서는 '전 세계 공용어, 표준(Standards-The world's common language)'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표준이 하나의 언어라 할 만큼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표준이라는 세계 공용어를 통해 전 세계의 협력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표준은 전 세계에서 공감하고 통용되는 기준으로 수출 활성화와 국가 경쟁력 확보의 핵심 요소다. 이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표준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으로 표준을 통한 기술혁신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표준 선점으로 글로벌 표준 강국으로 도약해 세계 시장을 우리의 표준하에 주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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