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가을에서 겨울까지

김준태 作

가을에서 겨울까지 - 김준태 作

사랑하라고

찬바람이 붑니다

서로의 시린 어깨를 부비라고

사랑하라고

나뭇잎들이 떨어집니다

서로의 시린 발등을 덮어 주라고

사랑하라고

더 먼 곳으로 떠나가서도 산들은

봉우리마다 흰 눈을 쌓아 올립니다

서로의 숨결과 얼굴을 잊을까 봐

사랑하라고

더 먼 곳으로 날아가서도 새들은

숲의 가지인들 쉬지 않고 날아갑니다

행여 노래가 흐르는 길 벗어날까 봐

마음과 향기

또한 슬픔에 바래질까 봐

잎 지는 가을에서 눈 나리는 겨울까지

아 사랑하라고

사랑하라고 찬바람은 불어오고 불어갑니다

두 눈에 흐르는 눈물도 별빛인 듯 반짝여 주면서!

화사한 꽃과 온화한 바람만이 사랑의 징표인 줄 알았는데,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과 살을 에는 찬바람이 사랑의 메시지라고요? 가을에서 겨울까지 세상은 빛깔을 잃고, 침묵에 빠져드는데요. 추울수록 당겨 앉으라는 말씀이군요. 외로울수록 어깨 결으라는 말씀이군요. 사랑은 종교로군요. 꽁꽁 언 땅속에도 염천을 지필 초록불씨가 있다는 믿음이로군요. 암담할수록 '너머'를 내다보는 거로군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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