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동유연성 2대 지침' 논의 급물살 ] 연공서열식 인사구조 개혁에 초점… 저성과자 판단기준 객관화

■ '능력중심의 인력운용방안' 초안 살펴보니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
정부가 일반해고·취업규칙 등 2대 지침 논의를 공식화함에 따라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9월15일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9차 본위원회의에서 최경환(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

정부가 마련한 핸드북 초안 제목이 '능력중심의 인력운용방안'이라고 정한 데서 미뤄볼 수 있듯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등 2대 지침 마련과 관련해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사정 협의의 기본 틀이 되는 만큼 논의 시작도 전에 '쉬운 해고'라는 오해에 가로막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핸드북 초안에는 기존 판례를 중심으로 방대한 양의 인력운용 방안이 담겨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채용에서부터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통한 평가ㆍ보상 시스템, 능력개발-배치전환-근로계약해지까지 효율적인 인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게 목표다. 그 핵심은 연공서열식 인사 구조를 뜯어고쳐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노동계가 가장 민감해하는 일반해고(통상해고) 문제에서는 근태 불량자나 업무 부적응자에 대해 성과가 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면밀진단한 뒤 재교육을 시키고 재교육으로 개선이 안 될 경우 배치전환을 하는 프로세스를 밟도록 했다. 취업규칙에는 성과 미달, 성적 불량 등 저성과자의 판단 기준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들고 해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기준을 적시했다. 근로계약 해지도 통상해고·징계해고·정리해고별로 판례를 기준으로 정리했다.

즉 합리적 기준에 따라 근로자를 평가하고 직무 수준 조정과 직무 재배치 등의 기회를 부여해 고용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만 근로계약 해지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법제화가 가장 명확하기는 한데 지침만으로도 기업의 인사노무담당이나 법무팀에서 취업규칙을 정비하거나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법원 판결에서도 업무평가와 관련해 평가자가 자의적 판단이 용이한 다의적ㆍ포괄적 평가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단순히 업무성과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해고하면 부당해고로 보고 반드시 재기의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근무평가에서 3연속 D등급을 맞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업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무 재배치 등 고용 유지 노력을 했음에도 회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재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최하위 평가를 받았을 경우에는 해고가 적법하다는 판례도 있다.

취업규칙 개정에 있어서도 '사회적 정당성'이 있으면 노조의 동의 없이도 개정이 가능하다는 판례를 소개하고 판단기준을 정리했다. 정부는 정년 60세 의무화와 임금체계 개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변경 필요성, 변경 내용의 상당성 등을 구체화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인정 기준과 취업규칙 변경의 불이익 여부 등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판례를 바탕으로 근로계약 해지 요건을 명확히 하면 공정성, 투명성,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고 분쟁과 오남용을 방지해 일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노동계와의 의견조율 작업이다. 정부가 7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특위에서 "노동개혁 관련 2대 지침에 대해 협의하자"고 공식 제안하더라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일반해고ㆍ취업규칙 등 2대 지침은 지난 4월 협상 결렬의 원인이 될 정도로 노동계의 반발이 큰 사안이다. 9ㆍ15 노사정 대타협에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합의했다. 따라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면 노정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2대 지침은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사업주가 악용해 해고를 남발하거나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일반해고=현행 근로기준법 23조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근로자가 횡령 등 개인적인 비리나 심각한 법규 위반을 저질렀을 경우에 징계해고가, 기업이 경영사정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 정리해고가 가능하다.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 업무 부적응자,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내용이 없어 해고를 둘러싼 분쟁이 연간 1만3,000여건에 달한다.

▦취업규칙=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한 사규를 말한다.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근로자에게 불리한 '불이익 변경'일 경우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부는 '불이익'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과 법리가 추상적이어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60세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에 있어 노조 동의가 없이도 예외적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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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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