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사상 초유의 실험이었던 7년간의 제로금리 시대를 끝내고 '출구전략'이라는 새로운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악재인데다 재닛 옐런 의장이 점진적 긴축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기는커녕 안도 랠리를 벌였다. 하지만 과거 주기적인 금융위기의 진앙이 연준의 금리 인상이었다는 점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행 0~0.25%에서 0.25~0.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6월 이후 9년반 만의 첫 금리 인상이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지속돼온 제로금리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이날 미 증시의 3대 지수가 1% 이상 오르고 17일 아시아증시도 상승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며 오히려 환호했다. 옐런 의장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당분간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느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신흥국도 외환보유액, 시장결정적 환율체계 등 방어벽을 쌓고 있어 과거와 달리 금융위기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발발 6년 만에 전 세계 경제가 다시 극도의 불안정성과 불안감에 노출되는 '시계 제로'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도 나온다. 속도는 느리더라도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의 주식ㆍ채권 등을 내던지고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탈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이 좋지 않다. 현재 신흥국의 경제 체력은 중국 경기둔화와 원자재 가격 추락 등의 여파로 고갈돼 있고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 등도 리스크 요인이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시장에 자금 유입이 끊기는 '슈퍼 긴축발작'이나 '퍼펙트스톰'이 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았다.
또 연준의 돈 풀기 잔치가 끝나가면서 가뜩이나 거품 논란에 시달리는 전 세계 주가ㆍ채권ㆍ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금융권까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시중금리 상승으로 대다수 국가는 경기방어의 수단이 제약될 게 뻔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리처드 코즐라이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가계·기업·은행정부에 거대한 부채 쓰나미가 몰아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