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존폐 기로에서 생존 몸부림치는 중소 조선사

"몸집 줄여 퇴출 벗자" STX 생산 25% 감축… SPP는 RG발급 총력


STX 강점 살려 중형 유조선 집중… 설계비용 줄고 건조 속도도 빨라져

SPP조선, 유조선 주문 의뢰 받아 금주 채권단 RG발급 승인이 변수

경영협력협약 맺은 성동조선은 11개월만에 수주 계약 눈앞


국내 조선업계가 대규모 적자와 수주 부진으로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SPP조선 등 중소형사들은 재무 구조나 기술력이 취약하고 주력 선종도 중국과 겹친다는 이유로 대형사로의 흡수나 위탁경영 등 강력한 퇴출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채권단과 시장에 경쟁력과 생산성, 회생 의지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중견 조선사들은 가장 수익성이 좋은 대표상품에 집중하고 몸집은 최소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연간 40~45척을 건조할 수 있는 STX조선은 내년부터 생산능력을 25%가량 줄일 계획이다.

이병모 STX조선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내년에는 올해 인도량의 4분의3 정도인 30~35척을 건조할 계획"이라며 "회사 상황을 고려해 가장 적정한 생산 규모가 얼만큼인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선박 발주가 예전 같지 않은 만큼 바뀐 시장에 적합한 체계를 갖춰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다양한 선종을 수주하는 대신 STX조선이 강점을 지닌 중형급 유조선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STX조선은 올해 발주된 7만4,000톤급 LR1탱커(중형 유조선) 19척 가운데 14척을 수주했다. 연비가 높고 배기가스 배출은 줄인 고효율 선형 덕분이다. STX조선의 한 관계자는 "선종이 단순하면 설계비용이 줄고 건조 속도도 빨라져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생산량을 축소하는 만큼 인력이나 설비 감축도 뒤따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대주주 산업은행은 STX조선에 대한 정기 실사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순 결과를 발표할 때 추가 구조조정안도 나올 계획이다.

SPP조선은 최근 주문 의뢰를 받은 유조선 수주를 확정하기 위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선박 건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주들은 조선업체가 부도 날 때를 대비해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보증 'RG'를 요구한다. 이번주 채권단은 회의를 열고 RG 발급을 결정짓는다. 그간 채권단은 SPP조선이 저가수주로 손실만 키울 것을 염려해 신규수주를 제한해왔다. 지난해 5월 이후 18개월째 신규수주 '0'인 SPP조선은 내년 말 일감이 바닥난다. 이에 따라 이번 채권단 결정은 SPP조선이 조선사로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SPP조선의 한 관계자는 "그간 계열사를 정리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조선소 문을 닫지 않으려면 반드시 신규 수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문턱까지 갔다가 지난 9월 삼성중공업·수출입은행과 경영협력협약으로 기사회생한 성동조선은 지난해 말 이후 11개월 만의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회사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실상 수주 활동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 경영협력을 계기로 영업을 재개한 성과다. 특히 이번 수주는 충분한 검토를 통해 수익성을 담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사를 하기보다는 조선소 운영에 급급해 손실을 감수하는 '악성 수주'와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수은의 한 관계자는 "수주 작업이 막바지로 조만간 계약을 체결할 것이며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조선사들의 생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좋지 않다. 중국과의 경쟁, 수주 가뭄 등을 고려해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채권단의 조선산업 재편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일부 조선사는 합병이나 청산 등 퇴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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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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