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잘나가는 중국 O2O 시장의 명암

작년 투자유치 기업 1,000곳









아침 출근길, 직장인 자오메이린(28)은 아파트 입구를 나서며 자가용 영업 애플리케이션인 신저우처를 켠다. 택시보다 10% 정도 요금이 비싸지만 택시 잡는 번거로움도, 담배를 물고 있는 기사와 실랑이할 필요도 없어 이 정도 웃돈은 아깝지 않다. 게다가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즈푸바오를 이용하면 요금할인도 가능하다. 자오씨의 점심도 앱이 결정한다. 전날 주문해놓은 도시락의 자판기 비밀번호를 앱으로 받은 후 사무실 근처 도시락 자판기에서 꺼내오면 된다.

중국 대륙이 'O2O' 서비스에 푹 빠졌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된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이 이뤄지면 상품과 서비스를 곧바로 받게 된다. 중국 O2O 서비스는 창업 열풍과 함께 붐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O2O는 한국의 배달앱 같은 음식주문 앱인 메이투안을 비롯해 다종지엔핑(생활정보 제공), 디디다처·콰이디다처(택시 서비스) 등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O2O 모델로 투자를 받은 기업이 1,000여곳에 달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O2O 사업모델의 원년이라고 불릴 정도다.

하지만 빠른 성장만큼 O2O 사업모델은 벌써 부작용을 낳고 있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2O 사업모델이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구조조정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WSJ는 구조조정의 예로 세차 앱인 '카8(Car 8)'을 지목했다. 카8은 보통 20~30위안인 세차비용을 10위안까지 할인해 고객을 확대했지만 문제는 이 가격이 원가 17위안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7위안의 손해를 감수한 사업확장은 유사 앱 출현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로 투자금을 모두 날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WSJ는 "미국 등에서 O2O는 다양한 서비스의 확장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중국에서는 할인 서비스로 인식돼 O2O 업체들이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창업의 핫이슈로 떠올랐던 O2O 업체들이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자 이들 업체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투자가들도 속속 손을 떼고 있다. 벤처캐피털 회사인 고비파트너스는 "부동산, 자동차 수리, 음식배달 관련 O2O 앱에 투자했지만 이들 중 30~40%가 최근 몇 달 사이 문을 닫았다"며 "운영 중인 O2O 업체들도 대부분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소진한 상태"라고 전했다.

WSJ는 중국의 O2O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일부는 폐업하고 있음에도 수많은 창업자가 O2O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베이징 중관춘 창업준비학교 학생의 70% 이상이 O2O 사업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O2O 사업도 결국 자금력이 튼튼한 인터넷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바이두는 최근 O2O 시장이 4~5년 내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올해만도 외식·배달·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분야에 총 10조위안을 투자했다. 알리바바와 알리바바 금융 계열사도 지난 6월 음식배달 플랫폼인 커우베이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다만 인터넷 선두업체 중 텐센트는 사업 확장보다 할인정책 축소를 통해 수익확보에 나서고 있다. 푸지쉰 GGV벤처캐피털 파트너는 "O2O도 잡초제거 과정이 필요하다"며 "결국 가격경쟁에서는 소규모 업체가 실패하고 대형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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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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