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충격으로 급락할 것으로 점쳐졌던 유럽 증시가 테러 전과 다름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이번 테러로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의 관광 수요 감소 등 소비 위축으로 증시 등 금융시장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시장은 의연하게 단기 악재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울러 금요일 장 마감 후 테러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주말을 거치면서 충격을 완화하고 냉정하게 시장에 대응한 것도 충격파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13일(현지시간) 테러 발생 이후 16일 처음 열린 유럽 증시는 초반 소폭 하락한 채 장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낙폭을 줄이며 힘차게 반등했다. 테러 피해국인 프랑스의 CAC4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 하락한 4,779.30으로 개장했지만 갈수록 낙폭을 줄여 한국시각 오후10시 기준 보합권 근처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다만 호텔 사업을 하는 아코르SA의 주가가 7% 가까이 급락하는 등 테러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관광 및 소매판매 업종은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영국 FTSE100지수와 독일 DAX지수도 각각 0.39%, 0.41% 하락한 상태로 출발했지만 개장 후 한두 시간 만에 보합권으로 올라서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먼저 개장한 아시아 증시도 초반 1~2% 급락하며 테러의 충격파에 시달리는 듯했지만 오후 들어 빠르게 낙폭을 회복했다. 애초 시장은 이번 테러가 유럽연합(EU)과의 교역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해 아시아 증시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충격은 금세 잦아들었다. 아시아 증시는 오후 들어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강한 회복능력을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매수세가 급격히 유입되며 0.73% 오른 3,606.96에 마감했다. 선전지수는 1.76%나 올랐다.
파리 테러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가 상승한 것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성장률을 7.0%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초반 2% 가까이 하락했던 일본 증시도 오후 들어 강한 회복세를 보인 끝에 전 거래일보다 1.0% 하락한 1만9,393.69로 마감했다.
기노우치 에이지 다이와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개장한 상태에서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면 충격파가 컸겠지만 주말 완충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시장에 대응했다"고 진단했다. 파리 테러가 발생한 후 주말 이틀간 아시아 증시가 문을 닫은 상태여서 투자자들이 충격을 소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테러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금·달러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늘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유로화는 1.06달러에 거래돼 6개월 반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으며 금 가격도 상승해 국제금값의 지표가 되는 뉴욕선물시장의 16일 시간 외 거래에서 금은 온스당 지난주 말의 1,080달러선보다 약 10달러 높은 1,090달러선에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