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재위 예산심사, 역사교과서 예비비 승인 설전

崔 "시급성 있었다" 야 "의견수렴 무시"

내년 예산안 심사를 위해 국회가 상임위원회별 심사에 나섰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국가 예산에 대한 큰 틀의 논의를 이어가지 못한 채 정쟁만 반복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일부 의원들은 국가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년 총선을 대비한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노골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6년도 예산안 및 계류된 법안을 심의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예산으로 예비비 사용을 승인한 것에 대해 집중 성토했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로 국정교과서 만드는 비용을 의결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최 경제부총리는 "그렇게 보고 받았다"며 "44억원으로 보고 받았다"고 답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예산안을 제출할 때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예측하지 못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편집·인쇄 등 교과서를 만드는 데 15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 11월 안에 작업에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성이 있었다"고 예비비 편성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역사 교과서를 오는 2017년부터 국정화한다는 고시가 12일에 나왔는데 20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치면 11월2일이 된다"며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예비비 사용으로 국정화 교과서를 만드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국민들한테 장난한 거냐. 국무위원 전부가 국민을 우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돌보기에만 급급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은 "포항 남구에 동해파출소 신축비 4억원 정도를 요청했는데 검토해달라"고 최 경제부총리에게 부탁했다. 같은 당의 심재철 의원(경기 안양시 동안구을)은 "경기남부법조타운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 예산 배정을 요구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비중이 높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의 노골적인 지역구 민원 챙기기가 이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헌승 새누리당 의원(부산 부산진구을)은 "부산도시철도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토교통부가 반영한 계량사업비 예산이 기재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빠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부산 중앙로의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사업을 도입하려고 관련 예산을 신청했는데 이 역시 빠졌다"며 "20억원가량의 예산이 내년에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군)은 "충청 지역의 가뭄이 매우 심한데 충북 대청댐의 저수량을 확대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유일호 국토부 장관이 "저수량 확대를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지금은 없다는 얘기네. 알았다"며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광수·나윤석기자 br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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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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