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카네기, 존 록펠러,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뭘까. 답은 거액 기부다. 이들의 기부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막내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기부액만 봐도 1조원이 넘는다. 미국과 달리 우리에게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기부왕이 없다. 기부를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아직은 부족하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AF)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계기부지수(WGI)'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35개국 가운데 60위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미얀마가 미국과 공동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미얀마는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1,270달러로 세계 172위의 가난한 나라지만 이 나라의 국민은 91%가 기부에 참여한다. 우리나라(33%)는 물론 '기부의 나라' 미국(68%)도 압도하는 것을 보면 기부라는 게 돈이 있다고 하고, 없다고 못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누적 기부액이 최근 1,000억원을 돌파했다. 아너소사이어티가 생긴 것은 2007년 12월로 당시 많은 사람들은 유명 인사의 고액 기부가 우리의 기부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930여명에 달하는 회원의 면면을 보면 유명 인사보다는 평범한 이웃이 압도적으로 많다.
281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인 이상욱 상원전기 대표의 사례를 보면 나눔이 이 세상에서 가장 전염성이 강한 사랑 바이러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표가 회원이 된 5년 뒤에는 이 대표의 아내가 새로 회원이 되기로 했고 이 대표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도 모두 기부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이 열렸다. 지난 겨울에는 모금 마지막 날에 가서야 겨우 목표액을 채울 수 있었다. 이번 겨울에는 국민 모두가 사랑 바이러스에 심각하게 감염돼 수은주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으면 좋겠다.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