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본상, 동탄 캥거루 패시브 하우스

'엄마집' '아기집'의 공존… 세련미까지 물씬

21. 외부 전경
동탄 캥거루 패시브 하우스는 일반적인 패시브 하우스의 네모 반듯한 모양에서 벗어난 세련되고 도시적인 형태를 갖췄다.
2. 주출입구
동탄 캥거루 패시브 하우스는 마치 캥거루 어미가 새끼를 주머니에 기르듯이 '엄마집'과 '아기집' 두 부분으로 설계됐다.
윤태권프로필사진
설계자 윤태권 엔진포스 건축사사무소 대표

'동탄 캥거루 패시브 하우스'는 동탄신도시에 조성된 타운하우스 블록 안에 있다. 전형적인 신도시 주택단지로 볼 수 있는 곳인데 여러 형태의 주택들이 몰려 있는 이 곳에서도 캥거루 패시브 하우스는 단연 눈에 띈다.

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주택을 일컫는다. 내부의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각형의 단순한 모양으로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탄 캥거루 패시브 하우스는 이런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났다.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높이가 서로 다른 박스 건물들이 합쳐진 형태로 일반 패시브 건물의 네모 반듯한 모양에서 벗어난 세련되고 도시적인 형태를 갖췄다. 설계자인 윤태권 엔진포스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디자인과 에너지 효율을 모두 잡으려 노력한 결과다.

건축주는 이미 오랜 기간 아파트에서 생활한 탓에 가족과 함께 단독주택에 거주하며 본업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는 작업실을 갖기를 원했다. 또 주택의 일부는 임대해 건축비 일부를 충당하고 싶어 했다.

보통 임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들은 대부분 임대의 효율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윤 대표는 같이 사는 사람, 즉 임차인들을 배려해야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건축주를 설득했다. 임차인들에게 질 높은 공간과 에너지 소비가 현저하게 적게 드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더 높은 임대료를 받거나 유지 관리비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공간을 임대한다는 것은 건축주가 건물 관리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인데 공간의 퀄리티를 높인다면 건축주는 임대비용을 높일 수 있고 임차인도 유지비가 적게 드는 환경에 거주할 수 있어 서로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건축주를 설득한 끝에 집주인이 거주할 엄마집과 임차인이 살 아기집 모두에 같은 스펙의 마감과 패시브 자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 주택은 캥거루 어미가 새끼를 안락하고 외부로부터 보호되는 주머니에 기르듯 '엄마집'과 '아기집' 두 부분으로 설계됐다. 면적비는 각각 6대4 수준. 각자의 마당과 주차장, 개별적인 출입구를 둬 서로 간에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유지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열 회수 환기장치(온도를 유지하며 공기를 순환시켜주는 장치)는 건축주가 거주하는 쪽에 한 대만 설치해 두 집이 같이 쓰도록 했다. 세입자는 추가적인 부담 없이 임대인의 장비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초기 투자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함으로써 내부 거주 환경을 항상 쾌적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윤 대표는 동탄 캥거루 패시브 하우스에 직접 거주하고 있다. 설계할 당시만 해도 입주할 생각이 없었지만 직접 살며 패시브 하우스의 장단점을 기록하려는 목적이다. 그는 "2년 정도 살면서 데이터를 모아보니 일반 단독주택과 비교해 1년에 300만원 정도 에너지 비용 절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며 "이 정도 비용 절감이라면 5년에서 7년 정도 뒤에는 초기 투입비용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 집처럼 두가정 살수 있게 공간의 질 높였죠"

설계자 윤태권 엔진포스 건축사사무소 대표

"패시브 하우스의 장점을 어떻게 하면 두 집이 지혜롭게 나눌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패시브 하우스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열회수 환기장치를 두 집이 한대로 나누어 쓸 수 있도록 하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방향에 위치한 주거 공간에도 적절한 태양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했습니다. 임대공간 역시 기존 주택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공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동탄 캥거루 패시브 하우스를 설계한 윤태권(사진) 엔진포스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하나의 공간을 독립적으로 또 함께 공유하는 두 가정이 서로 공존하는 공간을 만드는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의 해답은 공간의 질을 높이는 데 있었다.

윤 대표는 "비단 패시브 하우스 뿐만 아니라 어느 주택이든 처음에 잘 지어놓으면 관리 비용을 줄이고 내부 환경의 품질을 높여 거주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패시브 하우스 설계를 시작한 것은 특별한 건축주를 만난 덕분이었다. 설계사무실을 다니던 윤 대표가 지난 2010년 독립 후 처음 만난 건축주는 건축가의 디자인을 존중하고 삶의 지속 가능함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기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윤 대표는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친환경 건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건축주 덕분에 수차례 해외 업체를 방문하고 관련 자료를 모으며 실현 가능한 것들을 찾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패시브 하우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지난 5년간 제가 설계한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높은 만족감을 가지는 것을 지켜봤고 지난해부터는 저 역시 직접 설계한 패시브 하우스에 거주하면서 패시브 하우스가 가진 장점에 대해 더 큰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패시브 하우스의 저변이 확대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관련 정책과의 연계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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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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