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다롄에서 출발해 몽골 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 자사 제품 등을 운반하는 방안을 러시아 측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재계 차원에서 삼성을 필두로 북방물류길을 새로 연다는 뜻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수에즈운하와 유럽을 거치는 선박을 이용할 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48일이 걸리지만 철도(TSR)는 절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적기공급을 통한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크게 보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맥이 닿는 부분이 있어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대륙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같은 방안을 놓고 외교부 등 국내 관계당국 및 러시아 측과 막판 논의를 벌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철도로 다롄에서 몽골을 거쳐 TSR를 이용해 물건을 수송하는 방안을 두고 러시아와 협의 중"이라며 "러시아 측이 요금을 얼마나 경쟁력 있게 책정해주느냐가 관건으로 요금을 두고 양측이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중국 랴오닝성 랴오둥반도 남단부에 있는 다롄에서 몽골을 거쳐 TSR을 활용, 러시아를 지나 최종적으로는 러시아와 폴란드 사이의 벨라루스까지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공장에서 TV와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주요 백색가전은 수입하고 있다.
새로운 물류방안은 러시아를 비롯해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에 판매제품 등을 공급하는 수단이다. 국내 생산뿐 아니라 전략에 따라서는 중국에서 만든 상품도 이 루트를 거칠 수 있다. 특히 유럽의 동쪽 관문인 폴란드 인근까지 철도를 이용한 물류가 가능해 삼성의 선택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반도종단철도와 연결해 유럽으로 직수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에서 20조8,9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요금도 경쟁력이 있다. TSR만 놓고 보면 루블화 약세로 부산항을 출발해 배편으로 러시아에 보내는 것보다 10%가량 싸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TSR처럼 철도를 이용하면 적기공급이 가능해 보관비용과 환율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TSR의 신뢰도가 높아져 제품성능이나 납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영필·이종혁기자 susop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