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재인 대표의 '노동5법 분리처리'는 비판여론 면피용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8일 노동개혁 5대 법안 가운데 일부만 분리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 여당에서 노동개혁과 관련해 추진 중인 기간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보호법 등 2개 법안은 제외하고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등 3개 법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의 발언은 언뜻 보면 기존의 강경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듯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새로울 것이 전혀 없다. 노동개혁의 핵심에 해당하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여전히 비정규직 양산법으로 못 박은 채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확고한 당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근로기준법 등 나머지 3개 법안에 대해서도 오히려 여권에 책임을 떠넘기며 독소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조건부 수용 입장을 제시했을 뿐이다. 노동개혁 5대 법안은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마음대로 취사선택할 사안이 아니다. 만약 비정규직 법안을 제외하고 다른 법안들만 통과된다면 정규직을 과잉 보호해 노동시장 격차 해소 및 유연성 제고라는 알맹이는 사라진 '맹탕 개혁'으로 전락할 뿐이다.

이런 태도는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 지연에 따른 국민의 비판여론을 모면해보겠다는 의도가 짙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계에서 노동개혁을 절규하는 호소가 빗발치자 상대방이 수용하기 힘든 비타협적인 방안을 내놓고 일단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계산인 듯하다. 이러니 야당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 도입됐던 비정규직 정책을 뒤집어버리는 행태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대통령의 발언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새정연이 진정 노동개혁에 관심이 있다면 정치적 계산에서 벗어나 당장 해당 상임위 논의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한다. 야당이 엉뚱한 대안이나 제시하며 논의조차 해보지 않고 노동 개악 운운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국회가 배달된 제품의 포장도 뜯지 않고 버리려 한다"고 호소했다. 고용절벽에 직면한 청년들과 비정규직들의 마음도 그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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