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사우디, 이란과 국교 단절… 분열하는 중동

"이란 외교관 48시간내 떠나라" 국교회복 25년만에 다시 단교

수니-시아파 무력 충돌 우려… 시리아 내전·난민문제 심화

IS 격퇴 등 현안에도 적신호

중동의 양대 맹주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국교단절로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였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테러범으로 지목된 시아파 사형수의 사형을 집행하면서 촉발된 이번 사태로 중동이 수니파·시아파 국가로 양분돼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현안 해결에 '빨간불'이 켜지고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등 국제정치와 경제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사우디에 주재하는 모든 이란 외교관은 48시간 안에 본국으로 떠나라"며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이번 단교 선언은 전날 사우디가 테러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셰이크 니므르 알 니므르 등 반정부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을 포함한 47명의 형을 집행하자 이란 시위대가 주이란 사우디대사관과 총영사관 등 외교공관을 공격한 데 따른 대응이다. 알 주베이르 장관은 "이란이 사우디의 안보를 해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 주재 사우디 외교관들은 이란 시위대의 공격 직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피신했다.

사우디의 단교 선언에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차관은 "이란 주재 사우디 외교관 중 다친 사람은 없다"며 "그들은 큰 실수(단교)를 만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사우디는 전략적 실수와 섣부른 접근으로 중동 안보를 위협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사우디가 이란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알 니므르의 사형집행을 강행한 것은 내부 불안을 외부로 돌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알사우드 사우디 왕가는 유가급락에 따른 재정위기, 예멘 내전 장기화 등 잇따른 악재로 위기에 휩싸인 상태다. 특히 예멘 내전은 살만 사우디 국왕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국방장관 주도로 무장개입까지 했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취임 1년밖에 안 된 살만 국왕은 현재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부의 이 같은 어려움을 수니파 왕정 국가 간 단합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양국 간 충돌은 중동을 넘어 이슬람 사회 전체를 분열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수니파 왕정 6개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는 사우디 지지를 선언했으며 파키스탄과 인도 카슈미르 지역, 이라크 시아파 세력은 사우디 규탄에 앞장섰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계를 둘러싸고 1,000년 넘게 '정통성' 논란을 벌여온 수니파와 시아파 간 분쟁이 또다시 표면화되고 있는 셈이다.

중동과 이슬람 사회 분열은 서방 사회의 최대 고민거리인 난민 문제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 중동 지역 내 초국가적 협력 없이는 난민의 진원지인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고 IS를 격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칫 종파 간 분쟁이 무력충돌로 이어지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시아파 정부와 수니파 주민 간의 적대감이 수니파 무장조직인 IS에 승리를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를 명분으로 내건 두 맹주의 대립이 단시일 내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동 각 지역의 내전과 원유 등을 두고 두 나라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예멘에서는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정부군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반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으며 시리아에서는 반대로 이란이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지지하고 사우디는 미국 등 서방과 함께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는 또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시 유가의 추가 폭락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양국은 종파갈등에도 불구하고 1980년까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사우디가 같은 수니파인 이라크를 지원하면서 틀어졌고 이슬람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7년 사우디의 건국이념인 수니 사상 '와하비즘'을 이단이라고 비난하면서 3년간 단교했다. 그러다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외교관계가 회복됐으나 이번 사우디의 단교 선언으로 양국 관계는 25년 전으로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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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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