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굼뜬 코끼리' 깨운 모디노믹스] '포스코 트라우마'… 12억 시장에 소홀한 한국

"포스코도 못했는데 우리가 될까"

한국, 對인도 FDI 오히려 감소



지난해 5월1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자 우리 경제·산업계는 들썩였다. 양국 관계가 '특별 전략적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우리 기업의 인도 인프라 사업 참여를 위한 10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에도 합의했다. 12억명을 넘는 엄청난 내수시장이 열렸다는 야단스러운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상회담 후 7개월여가 지난 지금 한국은 인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인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9월까지 2억2,000만달러로 지난해(3억4,000만 달러)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6억5,000만달러를 정점으로 계속 미끄러지고 있다. 인도가 받은 FDI가 265억달러로 지난해에 대비 18% 급증했지만 우리는 역주행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뉴델리에서 만난 한국 중견기업 상무는 "한국 본사에 인도에 투자해야 한다고 계속 보고를 해도 '포스코도 못해냈는데 우리가 되겠나. 괜히 투자했다가 웃음거리만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라고 토로했다. 포스코는 2005년부터 추진한 오디샤주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도 지방정부의 반대 등으로 아직 진척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포스코 트라우마'로 저성장에 갇힌 우리 경제·기업의 돌파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사라진 것도 한 원인이다. 뉴델리에서 만난 한 한국 기업인은 "기업들의 3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모험을 하려는 기업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사업구조만으로도 경영에 큰 무리가 없는데 굳이 리스크를 무릅쓰려는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최소 4~5년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최근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며 이를 감내할 기업도 몇 곳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남한의 33배에 이르는 인도 국토에 고속도로·스마트시티 건설 등을 총괄하는 델리뭄바이산업개발공사(DMICDC)의 아비셰크 초드리 부사장은 "포스코는 채굴권, 환경 문제 등 따져야 할 것이 많았다"라며 "그 한 사례에 매몰돼 인도를 외면하는 것은 엄청난 성장기회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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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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