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中·신흥국 불황에 연준 긴축까지… 美경제 2008년 수준 후퇴할 수도

■ 새해 글로벌경제를 말한다

서울경제포럼 리허설


美 벌써 강달러로 수출·제조업 둔화… 세계경제 복병 우려

中 실질성장률 5~5.5% 그쳐 위안화가치 10% 절하할 것

단기자금 조달 많은 터키 등 일부 신흥국은 위기 불가피

한국, 펀더멘털 튼튼해 오히려 외국인 자금 몰릴 가능성


"2016년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할 가능성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으로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 시장이 (자금유출, 펀드환매 중단 등) 이미 문제를 드러내고 있고 앞으로 투자·소비심리, 제조업과 수출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국제금융의 대가인 배리 아이컨그린(53·사진)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흥국의 경기둔화, 유럽·중국의 느린 경기회복세 등 외부환경이 취약한 가운데 연준의 긴축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경제의 주요 동력인 미 경제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이번 인터뷰는 2015년 12월19일 e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중국 경제에 대해 "공식 통계와 달리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5.5%에 불과하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추가 성장률 하락을 막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이 경기방어와 수출증가를 위해 위안화 가치를 10%가량 평가절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수출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따른 여파에 연준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터키 등 일부 신흥국에서는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신흥국 위기가 전염되지 않는 한국 등 펀더멘털이 튼튼한 국가로는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신흥국 경제는 매우 악화될 것이 명백하다.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네시아 경제는 원자재 가격과 통화가치 하락, 생산성 정체로 둔화되고 남미지역은 대륙 전체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과 중국의 경우 경제가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매우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가장 큰 불확실성은 미국 경제의 회복 정도로 볼 수 있다.

-지정학적 요인을 포함해 앞으로 1~2년간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무엇인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야심,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도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지역의 갈등 등 많은 문제가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이 난민 위기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이탈)로 붕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잠재적 위기 요인은 미국의 침체 위험이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 7년간 팽창해왔지만 성장의 정도만큼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미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데.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나.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및 제로금리 정책은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에 도움이 됐다. 재닛 옐런 의장은 2015년 12월에 금리 정상화를 시작한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은 대수롭지 않다. 하지만 긴축이 지속되면 달러는 더 강세를 보일 것이다. 이미 달러강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미국의 수출과 제조업 활동이 둔화되고 있다. 미 경제가 금리 인상을 견딘다면 옐런 의장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겠지만 2016년과 오는 2017년에 다시 침체된다면 부정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신흥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는가.

△좋은 소식은 신흥국의 준비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연준은 첫 금리 인상에 이어 2016년 0.25%포인트씩 금리를 세 번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역사상 연준이 금리 인상 경로에 관해 이토록 철저하게 (시장과) 의사소통을 한 적은 없다. 나쁜 소식은 일부 국가들이 충격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령 터키는 단기자금을 조달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고 있는데 앞으로는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다.

-일부 신흥국이 위기에 빠질 경우 위기가 전염될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국가마다 차별화될 것인가.

△역사적으로 보면 전염이 항상 문제였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가들은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벌어지면 겁에 질려 한국 같은 강한 국가로 도망칠 것이다. 문제는 단지 (신흥국이 도매금으로 묶이는) '연좌제(guilt by association)'뿐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유동성을 환수하려는 글로벌 투자가들의 욕구다. 한국 정부도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 경제가 자산버블, 공공·민간부채 등 많은 위험 요인을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 경제는 공식 통계보다 명백히 더 둔화되고 있다. 실질 경제성장률은 5~5.5%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016년에 성장률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을 능력을 가졌다. 가령 통화부양책, 대출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도입하고 학교와 병원, 환경개선 프로젝트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 부양책을 실시할 여유가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가 기존의 수출·투자에서 소비·서비스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는데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이는 단순한 중국 경제 냉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 성장의 대부분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부문에 집중될 것이다. 중국은 기계류·원자재·에너지 등을 이전보다 덜 수입할 테고. 서비스는 제조업보다 해외 재화 소비량이 적다. 따라서 나머지 국가들, 특히 신흥국들은 중국 성장률이 5.5%에 머무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이후 통화가치를 절하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최근 자본유출의 여파와 향후 통화부양책 실시를 앞두고 다시 위안화 평가절하를 허용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의 예상과 달리 위안화가치가 20~30%까지 급격히 추락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2016년에는 달러화 대비 10% 정도 가치를 떨어뜨리며 위안화를 연착륙시킬 것으로 본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며 연준 금리 인상 경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위안화는 달러화의 실효환율(effective exchange rate·자국 통화와 모든 교역 상대국 통화와의 종합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환율) 측면에서 25% 정도의 비중을 가진다. 위안화의 급격한 약화는 달러화 강세를 의미한다. 하지만 위안화가 10% 하락하면 달러화의 실효환율은 2.5% 오르는 데 그친다. 그것만으로는 연준 금리 인상에 큰 변수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유럽·일본 등의 경쟁적인 양적완화로 환율전쟁이 발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지금 환율상황은 미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호조를 보이는 데 따른 필연적 결과다. 유럽·일본과 일부 신흥국들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펴면서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데 불과하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달러화나 유로화처럼 기축통화가 되려면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위안화는 이미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로서 완만한(modest)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은 2% 정도다. 이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겠지만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한 속도는 느릴 것이다. 또 준비통화와 안전통화(safe haven currency)는 같은 것이 아니다. 달러화는 시장 상황이 악화됐을 때 도피처가 된다는 측면에서 안전통화다. 안전통화는 풍부한 시장 유동성과 거래, 해당 정부에 대한 강한 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침체에서 탈출하는 기미를 보이는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로 디플레이션 위협을 극복하고 경제가 다시 회복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통화동맹의 기본적인 결함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유로존에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파산했을 때 정부 등 공공기관이 지급하는) 예금보험 도입이나 재정통합 계획이 없다. 반면 정치적 분극화 현상이 커지고 반(反)유로 정당이 힘을 얻고 있다. 난민 위기와 브렉시트 위기까지 존재한다. 유로화가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난민 부담을 분배하는 방법에 대한 회원국 간 갈등은 은행 및 재정연합 완성 같은 제도개혁을 더 어렵게 만들 게 분명하다.

-한국에 대해 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등의 여파로 3~4% 이상 성장률을 달성하기 힘든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큰데.

△한국은 통화·재정정책 측면에서 여유를 가진 나라 가운데 하나다. 과거 공동 발간한 저서에서 모든 게 잘돼간다면 한국 경제는 앞으로 10년간 연간 4%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더딘 자본축적과 노동력 정체를 고려하면 매년 최소한 2%의 총요소생산성(TFP) 증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요구된다. 한국인들은 4% 성장이 불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 환경에서는 정말 훌륭한 것이다. 요즘 선진국 성장률이 2%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는 선진국 지위에 계속 수렴할 것이다. 그 속도는 과거보다 다소 느리겠지만 실망스럽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국제통화·금융시스템 권위자, 韓銀 자문위원 지낸 '지한파'

● 배리 아이컨그린은

국제 통화·금융 시스템 분야 최고의 권위자다. 20세기 초 이후 세계 경제의 역학관계, 대공황과 금본위제, 기축통화 경쟁, 국제 금융질서 등에서 탁월한 학문적 성과를 쌓았다. 전미경제사협회의 '조너선 R T 휴즈 최고교육상(2012년)'과 'UC버클리대 명강의상(2014년)', 국제슘페터학회의 '슘페터상(2010년)' 등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미 잡지 포린폴리시로부터 '글로벌 사상가 10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은행 자문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 지한파 석학이다.

◇약력 △1952년 미국 △1974년 UC산타크루즈 경제학과 △1979년 예일대 경제학박사 △1980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조교수 △1986년 UC버클리대 교수 △1997년 IMF 수석 자문위원 △2010년 전미경제사협회 회장

◇주요저서 '글로벌 불균형과 브레턴우즈의 교훈' '1945년 이후 유럽 경제' '금의 족쇄-금본위제와 대공황' '달러제국의 몰락' '거울의 전당-대공황' '기적에서 성숙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등 다수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관련기사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