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카르텔 정치


"출판기념회서 책 판매도 못하게 하면서 그들(현역 의원)은 사실상 150쪽짜리를 그냥 돌리면 공정한 게임이 되겠습니까." 4·13총선에 나서는 한 예비후보의 호소가 눈물겹다. 개정 공직선거법이 출판기념회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회와 책자 형식의 의정보고서 살포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불만이다. 인터넷 검색 창에 '의정보고회'를 쳐봤더니 과연 현역 의원들의 의정보고회가 하루에도 서너 건씩 이어지고 있다.

'현역 프리미엄'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정치 신인들이 겪는 불이익은 어느 때보다 크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이 법정 시한(2015년 11월13일)을 넘기고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를 기점으로 선거구가 모두 사라져 선거 홍보물 발송부터 공약 개발까지 대부분의 활동이 제약을 받는 형편이다. 선거구 조정이 필요한 곳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은 지금 일각이 여삼추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선거구 협상이 지연되는 것을 '현역들의 음모' '카르텔 정치'로 보는 시각이 있다.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선거 승리)을 지키기 위해 선거구 획정을 여야가 담합해 고의적으로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정권의 향배와 무관하게 다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최대 목표로 하는데다 같은 현역이라면 웬만한 '갑(甲)질'과 불법에 눈감아온 국회의 이제까지의 행태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예비후보 3명이 선거구 획정이라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부작위 위법 확인)"며 행정소송을 내면서 국회가 재판정에 서게 됐다고 한다. 1965년 한일협정 비준 동의를 무효화해달라는 사건 이후 51년 만이다. 그러나 재판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고 10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실효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기업의 담합은 공정거래법으로 엄격히 규제하는데 입법부의 담합인 '카르텔 정치'는 누가 규제할까.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가 정신 차려야 한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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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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