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벌써 두 차례나 반복된 중국증시 폭락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4일 두 번의 서킷브레이커 발동과 함께 6.86% 하락하며 '검은 월요일'로 새해 첫 거래를 시작했던 중국증시가 7일 또다시 장 초반 7%대 급락으로 거래가 정지되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국 리스크로 도미노 충격에 빠졌다.
중국 금융시장이 연초부터 크게 흔들리면서 우려했던 중국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훨씬 빠른 속도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지면서 신흥국 간 화폐전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상하이증시가 개장에서 거래정지까지 걸린 시간은 채 30분도 되지 않았다. 4일 두 차례의 서킷브레이커로 위축될 만큼 위축된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장 초반에 전해진 중국 금융당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으로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날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은 증시에 직격탄이 됐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환율을 전날보다 0.51% 올린 달러당 6.564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5년 만에 최고치였던데다 가치절하폭도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컸다.
세계 금융시장은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특히 가팔라진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에도 위안화의 역내외환율 차이가 계속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기자금의 적극적인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역외 위안화 환율은 기준환율이 발표된 직후 달러당 6.75위안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추가로 더 낮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한 세력의 투기적·공격적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역외환율시장에서 투기세력이 위안화 환율을 끌어올리면서 중국 당국이 역내외환율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을 경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실물경제 부진 속에 위안화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중국 내 외국인 자본 유출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를 우려한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중국 당국이 보유외환을 투입해 위안화 방어에 나서고는 있지만 미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외환자금 유출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1월 3조4,383억달러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2월 말 이보다 200억달러가량 더 줄었을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금융권 신용경색을 반영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당국이 꾸준히 자금을 시중에 풀고 있음에도 은행권의 자금부족은 해소되지 않은 채 신용경색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이날 주가가 재차 폭락해 주식거래가 완전히 중단되자 대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3개월 내 매각지분이 1%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또 대주주가 주식시장에서 지분매각에 나설 경우 15거래일 전에 지분매각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매각금지 기한이 끝나면 대량의 매도주문이 쏟아질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조치다.
하지만 중국증시급락 흐름이 단시일에 반전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증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이미 꺾인 만큼 작은 악재에도 또다시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노스스퀘어의 올리버 배런 수석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두 차례의 중국증시 급락에는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 결여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