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진영논리에 빠지면 표 안 준다고 전해라

청년수당·누리과정 예산갈등 첨예

보수-진보 편가르기에 민생은 실종

실질적 해결의지 보여야 민심 얻을 것


청년수당과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설전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전해라' 패러디를 연상하게 한다. 대북확성기 방송으로도 틀고 있는 이애란의 노래 '백세인생'에 나오는 '전해라'라는 내용을 활용한 패러디 말이다.

"육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중략)/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이런 내용의 노래가 '부장님이 회식한다고? 못 간다고 전해라' 등으로 변형돼 불통과 대면하기 싫은 관계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며 인기를 끈 것처럼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관계가 꼭 그런 모습으로 보여진다. 책임자 간에 만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아예 하지도 않으면서 "말 안 들으면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전해라" "끝까지 한번 가보겠다고 전해라"라는 식으로 서로 부딪치며 사태만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수당이나 누리과정 예산 삭감에 따른 보육대란 문제는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닌데 국민들에게는 그렇게 나눠져 싸우는 것으로만 비친다. 진영논리로만 싸우고 있는 탓이다.

청년수당은 노력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정책이고 누리과정은 무상보육을 위해 이 정부 들어 확대된 정책이다. 모두 잘하자는 정책이 효율성과 재원 문제에 부딪치면서 갈등이 표출됐다. 충분히 대화로 보다 나은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양측 모두 요지부동이고 끝내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태세다. 청년수당에 대해 정부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법 저촉을 주장하고 서울시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선거를 겨냥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반감까지 덧붙여지면서 '악마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여당 대표가 청년수당을 비롯한 지방정부의 청년복지정책에 대해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비판하고 나서자 서울시장이 '악마의 눈에는 악마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고 반발하는 등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솔직히 누구 주장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힘들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양측 모두 민생과 경제를 외쳐대면서 직접 만나 갈등을 풀어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무진 사이에 경고나 반박서류만 오가고 언론을 통한 전해라는 식의 압박만 난무하니 사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진정 청년들의 고용절벽 문제를 절감한다면 당장 만나 해법을 찾아야 마땅한 일이다.

3~5세 무상교육인 누리과정 예산삭감을 둘러싼 교육부와 지방정부·교육청 간 갈등도 마찬가지다. 무상급식 문제가 그러했듯 무상보육정책이 확대되면서 재원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다. 재원이 부족해지자 누리과정 중 하나인 어린이집은 보육의 문제인 만큼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고 유치원은 교육의 과정인 만큼 각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는 게 진보 교육청과 지자체의 논리지만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육청 교부금에서 관련 예산 모두를 책정하도록 했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진보진영 지방의회까지 나서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어린이집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유치원 예산마저 삭감해 버린 게 이번 예산공방의 실체다. 양측 모두 나름의 명분을 갖고 있다.

문제는 지금처럼 서로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뻗대기만 하다가는 애꿎게 학부모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이런 사태를 막아야 한다.

"아이를 둘로 자르라"는 솔로몬의 명령에 "내 아이가 아니다"며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는 진짜 생모의 마음처럼 정녕 민생을 생각한다면 서로 만나 대화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다. 진영논리는 그 다음이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진영이 있다면 보수든 진보든 관계없이 다가오는 총선에 한 표를 보탤 생각이다.

이용택 사회부장(부국장)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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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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