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글로벌 현장에서] 아프리카 물들이는 한국 소프트파워

경제·문화 개방된 사하라 이남

문화 넘어 농업·행정·스포츠 등 차세대 한류로 진화 가능성 커

박종대 사진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멀고 험하고 위험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우간다를 찾는 본국 출장자들을 아주 반갑게 맞이한다. 우리 청년들을 만나면 "아프리카에 와 보면 분명히 한 가지는 좋은 점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일까요"라고 묻고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부모와 조국에 영원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라고 말해준다. 이는 아프리카를 경험하는 것이 우리가 넓은 세상의 시각에서 우리 자신을 재인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실제 우리와 얼마나 동떨어진 곳일까. 아프리카는 역사·지리적으로 서방의 영향권 아래 있고 중국이 공세적으로 경제 진출을 하는 지역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인도계 사람들이 동부 아프리카에, 레바논계 사람들은 서부 아프리카에서 상권을 장악하며 살고 있다. 최근 터키와 중동국가들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프리카 무대에서는 후발주자여서 우리의 인지도나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도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것은 우리에게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문화적 개방화·자유화가 이뤄졌다.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급속한 무선 인터넷 보급, 언론매체의 발달로 외부 세계와의 정보공유와 의사소통이 활발하다. 그래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느끼는 매력, 즉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한류는 이미 2004년 북부 아프리카인 이집트에 상륙했는데 사하라 이남에는 2007년 짐바브웨가 한류의 진원지가 돼 잠비아 등 이웃 남부 아프리카 국가로 펴졌으며 지금은 동부 및 서부 아프리카로 확대되고 있다. 짐바브웨 국영TV 방송은 2007년 10월 우리 드라마 '대장금'과 관련한 시청자 퀴즈를 공모했는데 전 국민의 37%에 해당하는 480만명이 응모엽서를 보냈다는 뉴스가 보도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우간다에서도 드라마 대장금, 내이름은 김삼순, 주몽, 커피 프린스 등이 방영됐고 '사랑에 미치다' 가 방영 중이다. DVD 구입 및 인터넷 동영상을 통한 한국 드라마 시청사례가 늘고 있고 관광버스에서도 '아름다운 나의 신부' 등 우리 드라마를 틀어준다고 한다. K팝 음악은 종종 팝 클럽이나 문화·스포츠 행사장, 텔레비전에서 접할 수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이처럼 발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사실 소프트파워는 문화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그 범위가 아주 광범위하다. 우리의 경우 국가이미지·국가브랜드·개발경험·ICT·전자정부·새마을운동·거버넌스 등 수없이 많다.

특히 아프리카 내 우리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는 대단하다. 우리 대사관은 지난해 우간다 언론사가 주관하는 우수 청년창업자 발굴대회에 스폰서로 참여하게 됐다. 이 언론사 최고경영자(CEO)는 필자에게 한 가지만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종 선발자 10명에게 한국 유수 기업들을 견학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1,000여명이 모인 청년창업자포럼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최종 선발자들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방한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차세대 한류의 등장, 진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우간다에서는 이미 '새마을 한류' 현상이 일고 있고 아프리카 내 '농업 한류' '행정 한류' '스포츠 한류'도 아주 유망하다고 본다. '민주주의·거버넌스 한류'라는 용어도 앞으로 유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남수단에서 활동 중인 우리 한빛부대는 '파병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소프트파워란 유동적인 것으로 남들이 그것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 성립되는 것이다. 우리 브랜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에 상응한 우리의 실천적 노력과 이를 통한 신뢰관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박종대 주 우간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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