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싱크탱크 포커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개혁방향

'금융의 삼성전자' 만들어내려면 경영 자율성·감독제도 혁신 필요

남주하 서강시장경제연구소 소장

한국의 실물경제는 광복 이후 7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 세계 10위권에 근접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금융산업은 여전히 선진수준과 큰 격차가 나고 있다. 최근 정부도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금융 감독관행 개선, 금융규제 완화, 기술금융 활성화, 계좌이동제 도입과 보험상품 자율화를 통한 경쟁 제고, 자본시장의 경쟁력 제고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좀 더 근본적이고 큰 틀의 금융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고비용·저효율로 요약되는 국내 금융산업의 낙후에 대한 책임이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경영외적 환경을 결정하는 정부·감독당국·언론도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금융의 삼성전자를 진심으로 꿈꾼다면 금융회사(특히 은행)에 경영의 자율성을 찾아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고 경영자율성을 훼손하는 투명성이 낮은 금융정책이 지속되는 한 금융의 삼성전자는 불가능하다.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와 같은 인사간섭은 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엄격하게 차단하고 과도한 금융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해 경영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금융감독시스템의 혁신 없이는 금융 선진화도 어렵다. 금융감독은 운동경기에서 선수들이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고 실제 규칙이 지켜지는지를 감독하는 심판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금융감독시스템의 구축 없이는 금융 선진화도 어렵다. 금융정책과 금융 감독정책 간의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두 정책기능은 분리하고 금융감독정책기구와 집행기구는 한 몸이 돼야 하며 금융소비자보호기구는 독립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체계가 개편돼야 한다. 또한 불편부당하고 불공정한 금융관행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금융소비자의 보호원 독립이 중요하다. 정보와 협상력이 부족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감독당국도 많은 노력은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원을 설립한다면 실질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 감독기구의 독립성도 강화해 정치권·정부·금융회사로부터의 간섭과 포획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고비용·저효율의 개선과 낮은 금융서비스의 양과 질을 높이기 위해 금융회사의 노력이 절실하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병원을 찾아온 환자의 병을 고치기보다 치료비 감당 능력에만 관심이 있는 나쁜 의사와 곧잘 비교된다. 지나친 위험회피 성향과 높은 문턱, 고임금에 따른 인력부족 등으로 금융서비스의 양과 질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고임금과 저수수료, 단순한 수수료 구조는 고비용과 저수익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을 감안한 국내 주요은행들의 평균 인건비는 세계 50대은행들(중국계 은행 제외)의 인건비에 비해 30~6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높은 임금으로는 금융경쟁력의 제고도, 신규 고용창출도 어렵다. 단일호봉제와 같은 잘못된 임금체계는 성과주의 도입을 통해 과감히 개선하고 업무 전문성에 따라 임금의 차별화가 추진돼야 한다. 또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수수료는 국제 수준에 비해 너무 낮기 때문에 수수료의 현실화와 다양화 없이는 경쟁력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

끝으로 금융 선진화를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수익만 좀 나면 비판부터 하는 언론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만 제대로 했다면 금융회사가 창출한 수익은 칭찬과 존중을 받아야 한다. 혹시라도 민간금융회사를 금융 공공기관으로 인식하고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부정적으로 간주하는 언론들이 있다면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하다.

남주하 서강시장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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