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오빠 생각’ 속 주인공 한상렬 소위는 언뜻 너무 빨리 자라버린 아이처럼 보였다. 화나고 억울한 일투성이인데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양 어른 행세를 하는 어린아이. 이념이라는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가족은 물론 음악인으로의 미래까지 모든 걸 송두리째 잃었는데도 분노나 좌절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도리어 위태하게 느껴졌다. 앳되고 말간 얼굴의 배우 임시완(28·사진)이 ‘한상렬’을 연기하며 그 느낌은 배가됐는데, 배우가 먼저 이 미묘한 불일치를 눈치챘다. “솔직히 ‘한상렬’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인내가 응축돼 있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화나는 상황이 많은데도 언제나 눌러 참는 일의 연속이라 답답했죠. 그런 고통을 겪고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곧 한상렬의 복잡한 캐릭터에 동의했다. 캐릭터보다 영화의 메시지가 좀 더 중요했다. “‘오빠 생각’은 동족끼리 서로 치고받는 전쟁의 슬픔과 잔악성을 드러내려 한 전쟁 영화가 아니라 큰 아픔 속에서도 희망과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삶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영화예요. 한상렬은 물론 아이들 모두 지나치게 순수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 사람이라도 더 순수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게 감독님의 생각이었죠. 제가 아직 어려 진짜 어른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했구요.”
드라마 ‘미생’에서 올곧고 순수한 신입사원 장그래 역할을 맡아 큰 주목을 받았던 배우 임시완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원톱 주연을 맡았다. 첫 주연 영화에 욕심을 부릴 법도 하고 조금은 들뜰 법도 한데 시종일관 차분했다. “대본을 읽는데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 모습이 너무 예쁘게 느껴져서 계산 없이 택했다”고 당연한 듯 말하거나 “사실 이 영화 속 ‘오빠’는 내가 아닌 열 네 살 동구(정준원 분)”라며 공을 아역들에 돌리는 모습이 그의 남다른 지점일 테다.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연기를 시작한 지 4년째가 된 임시완은 경험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현재에 대해서도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 게 저는 연기가 그냥 대본을 복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얼마나 서툴렀던지. 지금은 물론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거쳐 탄생하는 창작의 작업이라는 걸 알죠. 매력적인 일이고 가능하면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요. 물론 배우란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선택 되는 사람이니깐, 계속 선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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