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노총, 겉으로는 ‘백지화’ 속으로는 ‘대응논리 개발’

한노총, 조직 위상 저하 이유

2대지침 대응논리 만들고도 협상장 안나서 '이중적 모습'

정부는 토론회 통해 초안 공개… 노동계 자극해 반발 부채질

한노총, ’

2대 지침 대응논리 다 만들어 놓고도 조직 이기주의로 노동개혁 발목. 정부도 조급함으로 노동계 자극. 김대환 위원장 “노사정 대표 모두 책임져야”



한국노총이 19일 노사정 대화 중단을 선언하면서 그동안 일말의 기대를 낳았던 노사정 대타협 구도는 다시 갈등과 투쟁상황으로 전환됐다. 17년 만에 이뤄낸 노사정 대타협이 이후 단 4개월 만에 파국으로 빠져든 것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오로지 조직이기주의에 집착한 노동계와 성급히 성과를 내려 했던 정부의 과도한 욕심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화를 거부한 노동계가 이번 파국의 직접적인 이유지만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현장 근로자들의 의견을 담아 일반해고·취업규칙 등 2대 지침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노동계는 이미 정부의 2대 노동개혁 지침에 대한 대응논리를 만들어 놓고도 조직이기주의에 빠져 협상 테이블에 단 한 번도 나서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노총의 내부문건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과 ‘취업규칙 운영과 해석 지침’ 초안에 대해 한국노총은 도입배경 및 취지, 세부 내용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았다. 예를 들어 ‘판례가 업무성과 부진 자체만으로 해고를 인정하는 것처럼 부분적으로 인용하는 등 사용자 입장에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활용방안을 안내하는 식으로 마련됐다’, ‘취업규칙 변경 관련 예외적인 판례를 분석해 일반적인 기준인양 제시하는 것은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는 의도’라는 등 정부 안에 대해 나름의 대응 논리를 갖췄다.

그럼에도 한국노총은 협상장에 나서지 않고 원점에서 시한 제한 없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하며 노동개혁 협의 자체가 겉돌게 했다. 지난해 4월 협상 결렬을 선언할 당시 임금체계 개편ㆍ2대 지침 등 5대 수용불가 사항만을 고집했던 것과 유사하다.


한국노총이 이런 이중적 모습을 보인 것은 결국 조직논리 때문으로 보인다. 내부문건에서도 “정부 안이 발표된 마당에 그 골격이 유지될 것이고, 한국노총이 협의 절차에 들어가 반대하더라도 바뀔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며 “이 경우 한국노총은 2대 지침의 원인을 제공한 격이 돼 조직적 위상이 저하되고 내부적으로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부 안이 설령 해고를 더 어렵게 한 것일지라도 한국노총으로서는 ‘쉬운 해고’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내부 상황인 것이다. 이는 “2월 24일 한국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린 다음인 2월 말까지 2대 지침을 협의하자”는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의 최종 중재안을 거절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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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존 강경 산별 노조인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 외에도 금융노조가 최근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하며 대화 중단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모두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됐고 임금이 높은 업종이다. 익명의 한 노동전문가는 이와관련, “노동개혁과 일자리 창출 및 격차 해소라는 대의보다는 전형적인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노동개혁 성과 가시화를 위해 조급함을 부린 정부도 이번 노사정 대타협 파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달 30일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정부지침 초안을 공개하면서 노동계 반발을 노골화시켰기 때문이다. 노사정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월에는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이기권 고용부 장관에게 12월 30일로 예정된 토론회를 미뤄 줄 것과 어쩔 수 없이 토론회를 강행한다면 비공개로 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정부 안 공개를 올해로 늦춰달라는 게 요구사항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토론회를 강행하고 초안을 공개하면서 가뜩이나 삐걱대던 노정관계가 완전히 금이 가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김동만 위원장도 내부의 강경 주장을 거스를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당시 토론회 개최 및 초안공개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쉬운 해고’ 프레임을 빨리 깨야겠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지만 지난해 연말까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초조함이 만든 악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노정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기권 장관은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2대 지침이 노동계가 주장하는 쉬운 해고와 일방적 임금삭감이 결코 아니며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부당해고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내용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노사정 모두를 질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합의에 참여했던 한국노총 지도부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이러한 상황을 야기한 정부 책임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총괄책임자인 저도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동계와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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