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수한 작품을 제작하는 것과 함께 기본예절의 부재로 타인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관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확대된 이미지가 상영되는 영화와 달리 뮤지컬·클래식·오페라 등은 주로 무대 하단부에서 아티스트의 연기나 연주가 라이브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람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극장 공연의 경우 티켓 값이 고가라는 점에서 관크로 인한 타격이 크다. 공연을 즐기는 관객 대부분이 관크로 불편을 겪었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과 인터파크 플레이디비가 최근 공연 관람객 992명을 대상으로 ‘관크 경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8.5%가 관크로 방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빈번한 관크 유형(복수응답)으로는 벨소리·진동·불빛 등 휴대폰 관련 문제가 28.2%로 가장 많았고, 잡담(25.0%), 시야 방해(19.9%), 지각입장(13.1%)이 뒤를 이었다. 향수·화장품·담배 등 냄새(6.0%)와 음식물 섭취(4.0%)를 지적하는 답변도 있었다.
관람 방해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관객은 예상외로 적었다. 별 대응 없이 ‘그냥 내버려둔다’는 답변이 10명 중 4명(40.7%)이나 됐고, 직접 시정을 요구한다는 사람은 32.5%, 공연장 관계자에게 불편사항을 전달한다는 응답은 26.8%였다.
타인으로부터 관크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9%에 불과했다. 시정 요구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이 공연장에서 했던 비매너 행동 유형을 묻자 과반(58.5%)이 ‘없다’고 답했고, 지각(22.4%), 잡담(7.8%), 휴대폰(6.1%), 시야 방해(4.0%)가 뒤를 이었다. 휴대폰 관련 사항이 관크 피해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응답자 대부분은 공연 중 휴대폰 전원을 끈다(91.9%)고 답했다. 결국 일부의 부적절한 행동이 선량한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셈이다. 공연장 관계자는 “좁은 간격을 두고 관객 여럿이 관람하기 때문에 미미한 소음이나 시야 방해도 관람 분위기를 크게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63.7%는 관크 방지 및 감소를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공연장마다 진행되는 ‘공연 시작 전 안내 방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주의사항을 공연장 곳곳에 크게 게시하고, 대극장은 영화처럼 공연 시작 전 관람 예절 공익 광고를 투사하는 방식도 고려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내 돈 내고 본다’는 생각에 앞서 나처럼 제값 내고 문화를 즐기러 온 타인의 권리도 생각해야 한다”며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인 관람 예절 교육이나 메시지 전달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예민한 관객도 문제이긴 하다. 주변 사람의 작은 움직임에도 문제를 제기하며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신경쇠약증이 있던 남자 관객이 ‘옆에 앉은 여자 관객의 무릎이 공연 중 자신의 다리에 닿았다’며 성추행 문제를 제기하거나 등받이를 발로 차는 문제로 앞뒤 관객이 멱살잡이해 경찰이 출동하는 식이다.
공연장들은 관객의 배려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신 블루스퀘어 공연운영 팀장은 “일각에선 공연장 내 전파 차단, CCTV 설치 등 강력한 수단을 요구하지만, 지금 이상으로 관객에게 관람 태도를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본적인 권장 사항이 갖는 한계는 서로에 대한 배려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