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싼 원유 찾아 아프리카로, 멕시코로… 정유사 탈 중동 속도낸다

■ 유가 급락에 중동과 거리두는 정유업계

수입처 다변화로 수익성 높이고 정세 불안한 중동 리스크는 줄여

수송비 지원 등 정부정책도 한몫


국내 정유사들이 탈(脫)중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지리적으로 가깝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원유를 중동에서 가져왔지만 유가 급락 속에서 중동산보다 저렴한 원유를 찾으려는 노력과 정부 정책에 힘입어 점차 중동 의존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정유업계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중동의 증산 경쟁과 저유가 기조, 중동 정세 불안 등 잠재적인 리스크를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최근 수년 새 중동산 원유의 도입 비중을 88%에서 82%까지 낮췄다. 매년 꾸준히 2~3%포인트씩 도입량을 줄여온 결과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중동산 원유 비중을 85%까지 낮춘 데 이어 장기적으로 80%까지 줄일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도 전체 도입 원유 중 중동산을 75%까지 낮췄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S-OIL만 예외다.

정유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수입 중 중동산의 비중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2011년 국내 전체 원유 수입량 9억2,700만배럴 중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7.1%였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11월 82.4%까지 떨어졌다.

대신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크게 늘었다.

2011년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원유는 277만2,000여배럴이었지만 이는 지난해 1~11월 2,313만8,000여배럴까지 증가했다.

이는 정유사들이 중동에 치우친 도입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한 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인도네시아·러시아·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입해오는 물량을 늘렸다. 미국산 원유도 소량 도입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24년 만에 멕시코산 원유를 들여왔다. 올해에도 아프리카·미국·북해·남미산 원유 등 타 지역의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중동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중동 정유사들이 '갑'"이라면서 "이 같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좀 더 저렴하고 경제성 높은 원유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원유 도입이 중단되거나 큰 폭의 가격변동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는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린 것과도 연관이 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의 절대적인 물량이 부족했을 때는 확실한 원유공급선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했지만 요즘처럼 중동 각국이 생산량을 늘리는 시기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원유를 조달해 원가를 낮추는 게 수익성 제고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정책적으로 원유 도입 다변화를 장려하고 있다. 정유사에 비중동 원유를 들여올 때 수송비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의 수송비는 2.5달러 정도다. 정유사가 중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경우에는 2.5달러를 뺀 나머지 금액을 보전해준다.

이 제도는 1982년 처음 도입됐지만 지원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사실상 지원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2013년 '1년 이상 계약을 통해 수입한 연 700만배럴 이상의 물량'으로 지원 기준이 완화되면서 조금씩 지원 성과가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과 2014년 정부가 정유사에 지급한 총 지원 금액은 각각 131억원, 768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지원 기준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정유사가 단기 계약을 맺고 들여오는 '스팟' 물량이 전체 도입 물량의 30%가량"이라며 "단기 계약에 대해서도 수송비를 지원해 중동 의존도를 더욱 낮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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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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