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다시 낙하산 펴든 공직사회… 총선 앞두고 산하기관 '큰 장' 선다

"관료 출신 안된다"서 기류 변화 조짐

퇴직공무원 산하기관 취업 잇단 재개

4월 산업은행장·금통위원 자리 등 각축


세월호 참사 이후 잠잠해진 듯했던 퇴직공무원들의 산하기관 취업이 연말 연초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특히 주요 기관장 및 은행장, 금융통화위원 등 고위공직자들의 재취업할 수 있는 '큰 장'이 설 것으로 보여 퇴직을 앞둔 관료사회의 물밑작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최근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전 세계은행(WB) 상임이사), 김용진 한국동서발전 사장(전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기획단장) 등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공직자들의 산하기관장 취업이 이어지고 있다. 최종구 서울보증보험 사장(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전 금융위 상임위원) 등 금융위원회 출신들도 이변 없이 산하기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차지했다. 앞서 경영성과를 낸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전 농수산식품부 차관) 등은 정권 중반기임에도 공직자 출신으로는 드물게 연임(1년)에 성공했다. 통상 공기업 사장 1년 연임은 정권 말 새로 들어설 정부에 인사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종종 이뤄진다.

최근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취업이 재개되는 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지목하며 '관피아 방지법(개정 공직자윤리법)'을 통해 퇴직관료들의 낙하산 인사를 엄격히 차단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인사들은 산하기관행이 중도에 막히거나 아예 방향을 틀었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4대 금융지주(KB·하나·우리·신한)와 5대 금융협회장(은행연합회·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금융투자협회·저축은행중앙회)을 모두 민간 출신이 차지하는 등 관료 퇴조 현상이 뚜렷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부처 간 산하기관 자리를 주고받는 '스와핑(맞바꾸기) 인사'가 이뤄지거나 취업제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을 들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예외적 승인을 받는 등 편법으로 산하기관 인사를 소화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업무 연관성이 전혀 없는 정치권 인사나 실무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교수 출신들이 어부지리 격으로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는 다시 관료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서서히 전환됐다.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전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 조영제 금융연수원장(전 금감원 부원장), 허창언 금융보안원장(전 금감원 부원장보), 박영준 캠코 부사장(금감원 부원장) 등이 잇따라 재취업에 성공했다. 5개월간 공석이던 광물자원공사 사장직은 김영민 전 특허청장이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공무원들의 낙하산은 '큰 장'이 서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총선 전후로 정치권 출신의 '정피아'까지 가세하면 눈치싸움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기관장 가운데 단연 주목되는 곳은 산업은행장과 금통위원. 차관급 대우를 받는 금통위원 4명이 4월에 한꺼번에 교체되고 산업은행장도 비슷한 시기에 임기 만료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석유공사는 사장 공모접수를 21일 마감한 가운데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CEO가 현재 공석이다. 이 밖에 금융결제원 (4월), 한국예탁결제원(11월), 한국자산관리공사(11월), 기업은행(12월)도 올해 수장의 임기가 끝난다. 협회장 가운데서는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이 6월에 임기를 채운다.

전직 고위관료 출신의 A씨는 "정권 말이 되면 어느 정부든 공무원들에게 더 기댈 수밖에 없다"며 "공직자 재취업은 공무원 조직을 컨트롤할 수 있는 강력한 '당근'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산하기관 취업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선·조민규기자 bluedash@sed.co.kr


관련기사



이연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