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눈 폭풍에 갇혀 이틀째 고립됐다. 32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과 강풍에 섬 전체가 겨울 왕국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주요 도로는 휑하니 비었고 그나마 돌아다니는 차량은 스노타이어를 장착한 채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움직였다.
제주도 밖으로 향하는 하늘길과 바닷길도 이틀째 막혔다. 수천 명의 승객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항에서 노숙자처럼 밤을 새우며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끝이 보이지 않게 길게 늘어선 줄서기 끝에 버스를 잡아타고 향한 인근 숙소는 대부분 동이 났다. 외도동 등 일부 지역은 정전까지 발생해 불편을 겪었다. 제주도민 A씨는 “제주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이런 눈 폭풍은 처음”이라며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조차 겁이 난다”고 말했다.
24일 제주도엔 하루 종일 순간 초속 15m 내외의 강풍을 타고 거센 눈보라가 강하게 휘몰아쳤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는 항공기 운항 중단을 25일 오전 9시까지 한차례 연장한 후 강풍이 25일 오후 늦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25일 오후 8시까지로 재연장했다. 이에 따라 24~25일 출발·도착 예정이던 항공기 900여 편이 모두 취소됐다. 사흘간의 무더기 결항사태로 인해 발이 묶인 여행객은 6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마비된 공항 여객터미널은 전날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앞서 토요일인 23일 오전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눈발은 점점 굵어지며 강풍과 함께 눈 폭풍으로 바뀌었다. 기상청은 23일 오전 10시를 기해 제주 산간의 대설주의보를 대설경보로 대치한 데 이어 오전 11시부터 제주 전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했다. 제주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2009년 3월 13일 이후 7년 만이다.
마비상태의 제주 공항은 이틀째 북새통을 이뤘다. 공항을 찾은 많은 승객들이 발을 동동 굴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부 승객들은 비행기 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한 채 5시간 이상 불편을 겪었다. 토요일 서울행 비행기를 타려던 B씨는 “처음 30분 지났을 때만 해도 조금 있으면 출발하려니 생각했는데 계속 정비 중, 활주로 제설 중이니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만 반복됐다”며 “5시간만 에야 항공편이 취소됐다면서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항에서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교통편과 숙소를 찾아 나선 사람들 역시 전쟁터였다. C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콜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며 “평소 20분 거리면 닿는 거리를 1시간 이상 걸려 인근 숙소에 도착했지만 방을 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제주=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