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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면서 경기 둔화의 암운이 전 세계를 뒤덮은 가운데 베트남 경제가 탄탄한 내수 시장과 개혁 움직임에 힘입어 올해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정부 목표치인 6.2%를 웃도는 6.7%에 달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베트남은 지난해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인도 등과 함께 눈에 띄게 빠른 성장 속도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정치다.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 제12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베트남 경제개혁을 주도해 온 친미 성향의 응웬 떤 중 총리가 실각할 경우 성장 흐름을 타고 있는 베트남 경제가 심각한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는 것과 달리 베트남 경제는 내수 호조와 외국인 투자 증가에 힘입어 7%에 육박하는 안정적인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베트남 개인 소비 증가율은 9.3%에 달했으며, 외국인 직접 투자도 전년대비 17.4% 늘어 사상 최대치인 145억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자금은 지난해까지 10년 연속으로 베트남 증시에 순유입됐다. 통신이 시장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도 베트남 경제는 지난해와 같은 6.7%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소재 프랑스계 투자은행인 나티시스의 티린 응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침체된 글로벌 여건에서는 국내 수요가 가장 중요하다"며 "(아시아) 지역은 물론 세계적으로 봐도 베트남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경제)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달 4일 뉴질랜드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체결된 이후 가장 많은 경제적 수혜가 기대되는 것도 베트남이다. 최근 세계은행(WB)은 베트남이 TPP 체결에 따른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섬유 부문 등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10%의 성장률 제고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실제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인 이토추는 TPP가 가동하기에 앞서 베트남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섬유업체인 쿠라레이 산하 종합상사인 쿠라레이상사도 다낭 지역에서 3억엔을 투자한 생산라인을 오는 7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 영문판은 전했다. 아직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낮은 임금과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 힘입어 외국계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지난 20일 시작돼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전당대회다. 베트남 전당대회는 앞으로 5년간 베트남을 이끌 국가 지도부를 구성하고 향후 사회·경제개발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공산당은 이번 대회에서 2016~2020년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연간 평균 7%로 제시하고 현재 2,171달러인 1인당 국민소득을 2020년 3,200~3,500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영기업 민영화와 부패 척결 등의 정책 과제도 함께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베트남 경제의 장기적인 향방을 결정지을 차기 지도부 구성이다. 서열 1위 당 서기장 자리를 놓고 보수·친중파인 응웬 푸 쫑 서기장의 연임에 친미성향의 개혁파인 응웬 떤 중 총리가 유력한 경쟁자로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일부 외신들은 베트남의 경제 자유화를 주도해 온 중 총리의 실각 가능성을 제기하며 개혁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차기 당 서기장으로는 쫑 서기장의 연임이 이미 결정됐으며, 중 총리는 그 밖에 내정되는 주요 지도부에서도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중 총리의 실각이 사실이라면 그가 추진해 온 경제개혁에 대한 기대감에 베트남으로 몰려들던 외국인 투자와 내수 증대의 훈풍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유지니아 빅토리노 등 이코노미스트들은 "베트남은 2016년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릴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인 전망은 앞으로 1년 동안 벌어질 정치적 변화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 서방 사모펀드 투자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정치 변화가 확인될 때까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