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충무로의 별’들이 앞다퉈 ‘이 광고’에 모습을 비추고 있다. 비단 충무로의 일만은 아니다. 할리우드 대표 액션 배우 리암 니슨, ‘반지의 제왕’에서 환상적인 외모를 자랑한 올랜도 블룸도 ‘이 광고’를 찍었다. 그들은 모두 스마트폰 사용자가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광고모델이다.
4,000만명의 스마트폰을 평정하고 싶은 ‘앱’ 업계가 최근 ‘빅모델’을 독식하고 나섰다. 2000년대 초반 고급진 생활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아파트 브랜드 광고가, 2010년대에는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톱스타들을 경쟁하듯 모셔갔듯이 앱 업계는 지난해부터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자신의 얼굴로 삼기 시작했다.
이병헌과 장동건, 하정우는 각각 모바일 게임 ‘이데아’와 ‘뮤 오리진’, ‘크로노 블레이드’의 모델로 활약 중이며 송승헌은 모바일 기반 부동산거래 앱인 ‘직방’의 광고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정재(게임 ‘고스트 위드 로켓’)와 오달수(숙박 ‘야놀자’), 박성웅·문소리(교통 ‘카카오택시’) 등도 앱 업계와 계약을 맺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리암 니슨이 게이머 ‘앵그리니슨 52’로 분한 ‘클래시 오브 클랜’ 광고도 국내에서 큰 화제를 낳았다. 이 영상은 1분에 100억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미국 슈퍼볼 광고로 방영돼 앱의 빅모델 전략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렇듯 최신 앱 광고는 캐릭터를 내세운 인터넷 배너 혹은 팝업 광고에 머물렀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앱 광고를 땄느냐가 그 배우의 인기를 가늠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광고계에 떠돌 정도다. 특히 빅모델을 내세운 최근의 앱 광고는 공격적인 노출 전략을 펼친다는 점에서 광고계의 비상한 주목을 끈다. 앱을 이용할 예상 고객을 고려해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 중심의 홍보를 펼쳤던 예년과 달리 전통채널인 TV, 그중에서도 지상파를 중심으로 편성한다. 시간대도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주말 대표 예능 프로그램 전후, 3사 메인 뉴스 전후 등 ‘황금타임’을 노린다. 또한 광고 효과를 최대로 뽑아내기 위해 방영기간 내에는 노출 횟수를 마케팅 비용이 뒷받침되는 한 최대로 가져간다. 한마디로 물량공세를 퍼붓는 것. 자금력이 든든히 뒷받침되는 통신사나 대기업 등도 광고비용 대비 효용을 감안해 쉽사리 선택하지 않을 노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스타트업 수준인 앱 업계에서는 말 그대로 사활을 건 마케팅 전략이다.
앱 광고가 철저하게 따르고 있는 ‘빅모델+노출폭격’ 전략의 배경은 업계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부동산 서비스 혹은 숙박, 게임 등 앱이 다루는 콘텐츠가 무엇이든 스마트폰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또 꾸준히 사용해야만 성공하는 업계의 구조적인 특성이 분명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이야기다. 기껏 론칭한 서비스가 이용자가 없다면 투자를 받기 힘들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입소문도 중요하지만 경쟁 앱보다 빨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 같은 노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고계의 한 관계자는 “앱 광고는 ‘올인 전략’을 내세운다”며 “앱의 ‘생애주기’는 다른 업계에 비해 상당히 빨라 광고주는 론칭 전후로 자신이 가진 패를 최대한으로 걸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빅모델에 지상파 노출이라는 패는 ‘고’와 ‘스톱’을 결정짓는 강력한 기준으로 작용한다”며 “전력을 다했는데도 소비자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면 빨리 접고 호평으로 이어질 경우 투자를 이끌어 내거나, 소비자에게 소구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식 등으로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다진다”고 귀띔했다.
이름 알리기에 목숨 걸어야 하는 초기와 충성 고객이 필요한 안정기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론칭 직후 빅모델인 주원을 기용해 1,000만 다운로드를 확보한 후 송승헌으로 모델을 바꾸고 신뢰구축에 나선 인기 앱 ‘직방’은 ‘빅모델’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한 대표적 사례다. 오프라인의 부동산 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직방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특징을 고려해 공인중개사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송승헌을 기용, 광고의 주목도와 신뢰도를 동시에 획득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부터 직방팀장 역에 송승헌, 안심중개사역에 이희준을 선정한 시리즈 광고가 방영되고 있다. 앞서 초기 광고에서는 앱을 널리 알리기에 힘썼다면, 이번 광고는 기존 부동산 중개 앱이 허위매물로 몸살을 앓았다는 점에 착안해 ‘안심중개사’라는 직방만의 새로운 제도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총 3편의 드라마형식으로 제작된 광고영상에서는 정직과 신념을 핵심가치로 삼은 ‘직방’이 별도로 정한 엄격한 매물등록 관리정책에 따르기로 동의한 공인중개사를 ‘안심중개사’로 선정했다는 점, 성실하게 매물 관리를 해 온 안심중개사의 매물을 최우선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는 점 등을 한 편의 영화처럼 풀어내고 있다. 덕분에 누적 매물은 300만건, 앱 누적 다운로드 수 역시 1,200만 건에 달한다. 김필준 직방 마케팅이사는 “모델을 기용할 때 앱 이용자는 물론 서비스의 또 다른 축인 공인중개사들의 선호도가 동시에 높은 인물인지를 따졌다”며 “20년간 한결같이 세련되고 믿음직스러운 이미지로 사랑을 받아온 송승헌씨와 정직한 중개사 이미지에 부합하는 이희준씨를 선정한 것은 앞으로 확대해나갈 안심중개사 제도를 전달하고 동시에 파트너십 구축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2014년 드라마 ‘상속자들’로 인기 최고조였던 박신혜를 전격 모델로 영입, 서비스 알리기에 나섰던 배달 앱 ‘요기요’도 빅모델 전략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당시 박신혜는 요기요 론칭 광고에서 아파트 건너편 동 남성(강하늘)과 배달음식으로 맺어지는 연애감정을 충실히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요기요는 4050 세대까지 포섭하기 위해 차승원과 최지우 등을 투톱으로 내세워 인기 굳히기에 성공했다.
배우 오달수를 앞세운 숙박 앱 ‘야놀자’의 경우 지난해 사극영화 예고편을 떠올리게 하는 완성도 높은 티저 영상을 제작해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지상파와 케이블, 극장 등에서 방영된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에서만 조회수 550만건을 기록했으며 야놀자 측은 영상 공개 후 신규 가입자가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