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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마다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았던 대한민국이 이번에는 수출에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수출은 5년 만에 우리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개별소비세 인하 등 진작책을 동원해 '내수 외끌이'로 성장률을 지켜냈지만 이 역시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면서 내수불씨를 살리던 부동산 경기마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재화와 서비스 수출은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0.3%)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반면 수입은 전년보다 증가폭이 커진 3.0%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2%포인트로 2010년(-1.4%포인트) 이후 5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0년 당시에는 수출이 전년 대비 12.7% 증가했지만 수입이 이보다 더 큰 17.3%의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지난해의 경우 수출 부진이 주원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같은 마이너스라지만 질은 훨씬 나쁘다.
그나마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이 내수를 끌어올려 성장률은 지켰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2014년 실적치 1.8%와 비교하면 0.3%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2·4분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충격으로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지만 이후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3·4분기 1.2% △4·4분기 1.5% 등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렇게 늘어난 민간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지난해 1.1%포인트였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문에 전년 대비 3.3% 증가한 정부소비도 성장률을 0.5%포인트 밀어올렸다. 건설투자 증가(4.0%)로 늘어난 성장률은 0.6%포인트였다. 대출규제 완화로 주택 거래가 급증한 것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토목건설이 늘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쉽게 말해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동원해 지켜낸 성장률이 2.6% 중에서 2.2%포인트나 됐다.
문제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정부도 가라앉는 내수를 살릴 만한 카드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생산인구 감소와 부진한 기업 투자로 잠재성장률이 2%대에 진입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저성장 기조가 굳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여가문화와 관련된 소비가 여전히 부진한 것을 보면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 이상으로 소비가 광범위하게 확대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2%대 성장이 경기 하향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