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환경부의 뒷북 고발


이쯤되면 '뒷북 행정'이라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환경부가 27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에 이어 테렌스 브라이스 존슨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이사를 형사고발했다. 1차 고발에 이은 2차 고발인 셈인데, 모양이 영 좋지 않다.

환경부는 이날 "지난 19일 고발은 대기환경보전법상 결함시정명령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이고, 이번 건은 제작차 인증 위반과 제작차 배출허용 기준 위반 혐의 고발"이라는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쉽게 말하면 그때와 지금은 고발 내용이 다르다는 얘기다. 물론 당시에도 이 부분은 명확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고발 내용에 포함시키지 못했다고는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을 제대로 이해할, 또 납득할 국민이 몇 명이나 있을까.

기자는 등기임원도 아닌 아우디폭스바겐 사장은 고발하면서 대표이사인 테렌스 브라이스 존슨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해괴한 구조를 지적한 바 있다.

업계에서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하는 것을 환경부만 몰랐던 것인가. 부실한 리콜 계획서에는 대표이사 책임이 없지만 제작차 인증 문제는 본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대표이사 책임이라는 말도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국민은 폭스바겐 본사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로 검찰고발을 한 것은 여론을 의식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환경부는 그동안 폭스바겐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왔다. 그래서인지 폭스바겐은 엉터리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면서도 "환경부에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왔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폭스바겐 같은 일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19일 1차 고발 당시 "왜 타머 사장만 고발하느냐"는 질문에 고위직 공무원은 "담당 과장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담당은 연락불통인 게 대한민국 환경부의 현주소다. 정부가 날카롭지 못하면 다른 수입차도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게 돼 있다.

/산업부=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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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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