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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퇴임한 지 보름여. 기재부에서는 벌써 최 전 부총리의 빈자리가 느껴진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후속 인사가 지연되고 '기재부 독식론'에 대한 타 부처의 집중 견제가 들어오면서 예상됐던 인사 구도도 꼬이고 있습니다. '만사경통(萬事炅通)'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최 전 부총리와 달리 유일호 부총리는 답답할 정도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15일 각 부처 차관 인사가 끝나면서 기재부 직원들은 후속 인사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일단 기재부 1차관, 미래부 1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전한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홍남기 전 기획비서관, 정은보 전 차관보의 자리가 비었습니다.
관세청·조달청 등 외청장들의 인사까지 관례대로 이뤄지면 1급 승진 및 전보에다 국·과장 연쇄 이동까지 맞물려 큰 장이 설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열흘 넘게 감감무소식입니다. 1급 이상 고위공무원단 승진에 인사 검증이 필요하다지만 현 경제의 위급성을 고려해도 지연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책반장으로 불리며 경제 실무를 총괄하는 차관보 자리가 비어 혼란이 큽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차관보는 범부처 컨트롤타워(사령탑)인 기재부 실무를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우려했습니다.
주요 1급들의 외청장 이동도 오리무중이 되면서 실·국·과장급들의 인사 시계도 멈췄습니다. 다른 기관·부서로 이동을 예상했던 기재부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태입니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최 전 부총리가 있었다면 취임하자마자 모든 인사를 마무리 짓고 정책을 펴는 데 집중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후속 인사가 4월 총선 이후까지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기재부 인사 독식 비난이 나오는 마당에 외청장에 또 기재부 사람이 임명되면 시끄러워질 게 뻔해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답답한 행보를 보이는 만큼이나 인사도 안 풀려 기재부 분위기가 여간 뒤숭숭하지 않습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