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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락에도 치킨게임을 벌여온 원유생산국들이 협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비회원 산유국들 사이에서 원유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려면 감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석유장관은 이날 쿠웨이트시티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 저유가의 근본 원인인 원유 공급과잉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에 유연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러시아의 자세에도 변화가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서 압둘마흐디 장관은 "이러한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양측 모두에서 좀 더 확실한 감산 제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OPEC의 맹주이며 러시아는 OPEC 비회원국 중 최대 산유국이다. WSJ는 그동안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감산불가 원칙을 고수해온 산유국들이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타협에 나선 것이라며 산유량 동반감산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다른 OPEC 회원국들도 산유국들이 함께 감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압둘마흐디 장관과 함께 콘퍼런스에 참석한 쿠웨이트의 OPEC 대표 나왈 알푸자이아는 "저유가 장기화를 막기 위해 OPEC은 감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비회원국들이 OPEC과 진지하게 협력한다면 우리는 그들과 뜻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미의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직접 현지 방송에 출연해 "에울로히오 델피노 석유장관에게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순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공동 대응에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에서도 유가 하락세를 멈추기 위한 감산 주장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2위 석유업체 루크오일의 레오니트 페둔 부사장은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배럴당 30달러의 유가는 팔아봐야 손해일 뿐"이라며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는 OPEC과 감산에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낮은 가격에도 러시아는 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라며 감산 가능성을 일단 일축했다.
한편 세계은행은 이날 발표한 원자재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37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인 52달러에서 대폭 하락한 것이다. 세계은행은 신흥국들의 성장전망이 나빠지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