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준데 유 앱애니 부사장

"글로벌 모바일 앱 시장 3대 키워드 생산성·금융·메시지에 주목하라”


창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과 주요 IT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내수시장을 벗어나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외 업체들과 진검 승부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무작정 도전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글로벌 모바일 앱 트렌드를 분석하는 앱애니(App Annie)의 준데 유(Junde Yu)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사장에게 그 해답을 들어봤다.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신생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년이다.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라고 불리는 창업 후 3년을 버텨야 비로소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데스밸리를 넘기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불과 10%만이 데스밸리를 무사히 통과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과연 데스밸리를 통과한 대다수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글로벌시장’이다.

사실 국내 모바일 앱 시장은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대형 IT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 중소 모바일 앱 스타트업들도 이를 의식해 카카오와 네이버 플랫폼에 의지하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준데 유 부사장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모바일 앱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라인과 카카오톡은 일반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투자로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모든 앱들이 그 정도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얘기죠. 특히 모바일 트렌드는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대략 3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한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초기 자본이 취약한 모바일 앱 스타트업이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시시각각 대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그래서 저희가 초기 스타트업에 강조하는 것이 바로 글로벌시장입니다. 타깃 지역을 선정해 시장 분석을 하고, 그에 걸맞은 앱을 개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거죠.”

준데 유 부사장의 말처럼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시장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인도네시아나 브라질 같은 이머징 마켓(EmergingMarket·신흥시장)에선 여전히 스마트폰의 첫 구매자가 많아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앱애니 조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도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 국가들이 지난 2015년 3분기 글로벌 모바일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상위권에 자리를 잡고 있다. 준데 유 부사장은 말한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신흥시장에선 첫 스마트폰 구매자가 증가하면서 인터넷 시대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시대에 돌입하는 헤게모니 전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이 같은 신흥시장을 공략한다면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데스밸리를 통과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최근 글로벌 모바일 앱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카테고리는 무엇일까? 준데 유 부사장은 유틸리티·도구 카테고리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지 시장에 보급된 스마트폰 성능과 맞물려 있는 부분이다. 동남아시아, 남미 등 주요 신흥시장의 경우 ‘아이폰’, ‘갤럭시’ 등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 아닌, 보급형 저가 스마트폰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구동과정에서 고사양이 요구되는 앱을 저가 스마트폰에서도 막힘없이 이용하려면 ‘스마트폰 최적화 앱’과 같은 유틸리티의 다운로드가 필요하다.

준데 유 부사장은 말한다. “게임의 경우 쉽게 다운로드를 받았다가 재미가 없으면 바로 지워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유틸리티·도구 앱이 보유한 배터리 절약, 불필요한 메모리 삭제 및 정리 기능은 한번 다운로드 받으면 계속 사용할 수 있죠. 설령 휴대폰을 바꾸더라도 항상 사용하면서 익숙해진 앱이기 때문에 다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경향이 매우 높습니다.”

이밖에도 국내 개발사들이 타깃 1순위로 손꼽는 중국 시장에서는 세탁, 마사지, 음식 주문, 세차, 청소 같은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서비스) 앱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미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중국 IT기업들은 자사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O2O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바로 수익모델이었다. 주요 앱 마켓의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여전히 게임 앱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을 하다가 아이템을 구매하는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유틸리티 앱은 대다수가 무료일 뿐만 아니라 크게 매출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상당수 앱 개발자들의 하소연이다. 그렇다면 유틸리티·도구 분야에서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야 할까?

준데 유 부사장은 말한다. “대다수 모바일 앱의 수익구조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유료로 앱을 판매하는 방식, 두 번째는 무료 앱 내부에서 결제를 유도하는 ‘인 앱(In App) 결제’ 방식, 세번째는 앱 화면에 노출하는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이죠. 유틸리티·도구앱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입니다. 실제로 이들 앱의 경우, 한번 설치하면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높기 때문에 충성 고객이 많고 사용시간도 길죠. 광고주들 역시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하고 있어요. 실제로 주요 벤처캐피털에서는 최근 들어 게임을 벗어나 유틸리티·도구 앱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 기획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앱 개발사들에겐 당장의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설명을 이어가던 준데 유 부사장은 유독 마지막 말에 힘을 실었다. 당장의 수익보다 중요한 것, 그건 과연 무엇일까? “당장의 수익보단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는 비단 유틸리티·도구뿐만 아니라 모든 카테고리에 적용되는 부분이죠. 저는 모바일 앱 수익 구조의 변화 양상이 초기 인터넷의 확장과 비슷한 모습을 띨 것으로 예상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검색엔진으로 출발한 구글의 경우, 실제 검색엔진으론 마땅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사용자가 구글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시도했고, 그때부터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었죠. 국내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카카오톡 역시 단순 메신저 기능만으론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습니다.

4,000만 명에 육박하는 국내 사용자를 기반으로 게임, 쇼핑, 뱅킹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면서 매출을 일으킬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당장의 수익이 필요한 건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는 말았으면 해요. 어차피 잠깐 사업을 하고 접을 건 아니잖아요? (웃음)” 앱애니는 현재 87만여 개의 앱을 분석해 마켓 데이터를 생산해내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삼성전자, 넥슨 등 글로벌기업들도 앱애니의 데이터를 활용해 앱 시장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앱애니는 어떤 국내 앱에 주목하고 있을까? 만약 그런 앱이 있다면, 후발 주자들에게 뭔가 실질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준데 유 부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를 언급했다. 바로 벤티케익이 개발한 카메라 앱 ‘레트리카(Retrica)’다. 레트리카는 현재 세계 65개국 앱 마켓 사진 카테고리에서 1위(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다운로드 비중은 전체 대비 무려 98%에 육박하는데, 특히 브라질에선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약 40%가 사용하고 있다. 현지에선 레트리카를 일컬어 ‘브라질 국민 앱’이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정작 국내 시장에선 레트리카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레트리카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준데 유 부사장은 말한다. “앱의 성능에만 오롯이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개발사는 글로벌시장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요건으로 현지화를 자주 언급합니다. 앱 성능은 뒤로한 채 언어를 바꾸고 현지 문화에 맞게 그래픽과 메뉴 구성을 바꾸는 식이죠.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현지화에 너무 매몰되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애니팡 같은 캐주얼게임은 딱히 언어를 이해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레트리카도 마찬가지였어요. 레트리카는 필터기능이 핵심인 카메라 앱입니다. 필터와 카메라 기능만 잘 만들면 되는 거죠. 브라질 시장을 공략한다고 해서 메인 화면에 축구공을 넣고, 셔터음을 삼바 풍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준데 유 부사장이 언급한 레트리카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정확한 타깃 시장 선정과 공략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라질, 터키, 멕시코, 러시아 등 신흥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전략이 적중했다는 것이다. 준데 유 부사장은 “미국, 중국 등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는 카테고리에 따라 성장 한계에 봉착한 분야도 있다”며 “시장 규모가 크면서도 지속 성장하는 시장이라면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16년에도 모바일 앱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2016년 모바일 앱 시장의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까? 준데 유 부사장은 ▲생산성 앱(직장 업무 능률 향상을 도와주는 앱) ▲금융 서비스 ▲메시지 서비스 등을 키워드로 꼽았다.

“저는 생산성 앱 시장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성능은 매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생산성 앱에 관한 관심은 더디게 커진 편이었죠. 아마 2016년에는 모바일 중심의 생산성 앱이 등장하며 앱 시장 전체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단순 뱅킹 업무 위주로 성장했던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서도 송금, 환전, 자산관리 같은 분야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메시지 서비스도 주목해서 봐야 합니다. 위챗, 라인, 카카오톡은 단순 메시지 서비스를 넘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했죠. 반면 북미, 유럽 등 서구권의 메시지 서비스는 여전히 메시지 전송에만 무게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서구권 서비스가 아시아처럼 플랫폼화 된다면 전체 모바일 시장을 뒤흔들 만큼 위력을 보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마지막으로 준데 유 부사장에게 글로벌시장 진출을 꿈꾸는 국내 앱 개발사를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앱을 만들기 전에 먼저 앱 경제를 이해하고,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앱을 시장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조사하고, 출시 이후 버그와 업데이트 수정을 빠르고 쉽게 처리할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앱 시장의 트렌드는 3개월마다 바뀝니다. 지금 올바르다고 생각한 것이 3개월 후에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그만큼 완벽한 이해와 철저한 준비 없이는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이해하고, 조사하고, 준비하세요. 그렇게만 하면 데스밸리를 넘어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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