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조지 소로스


1992년 9월16일자 독일 신문에 당시 독일 연방은행 총재이던 헬무트 슐레징거의 인터뷰가 실렸다. "슐레징거 총재는 독일의 금리 재편 이후에도 한두 가지 통화가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조치로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를 본 조지 소로스는 '압박을 받아' 평가 절하될 가능성이 있는 통화 중 하나가 영국 파운드라는 것을 직감했다. 행동을 개시할 순간이 왔다는 생각이 머리를 쳤다. 그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인 퀀텀펀드는 8월 이후 파운드화 하락에 15억달러의 포지션을 구축해놓은 터였다. 유럽이 잠든 시각 소로스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파운드화를 공매도했다.

베팅은 일순간에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다른 헤지펀드도 덩달아 공매도에 달려들었다. 9월17일 런던시장이 개장되자마자 수백억파운드의 매도가 쏟아진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황한 영국 정부가 필사적으로 대응에 나섰으나 '언 발에 오줌 누기' 꼴이었다. 유일한 대안으로 금리를 10%에서 15%로 끌어올렸는 데도 그마저 헛수고. 1조달러 이상의 파운드 매도압력이 가해졌으니 그럴 만했다.

그날 저녁7시30분 영국 정부는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로 돌아가겠다며 백기 투항한다. 영국 금융사에서 '검은 수요일'로 불리는 날이다. 단 하루 만에 소로스는 막대한 이익과 함께 헤지펀드의 대부로 등극했다.

소로스가 이번에는 중국 위안화 매도에 베팅한 모양이다. 최근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피할 수 없다"는 등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발끈한 중국 정부가 인민일보·신화통신까지 동원해 그를 맹비난하면서 확전되는 분위기다.

최근의 위안화 상황은 영국 정부를 굴복시켰던 당시 파운드화와 흡사한 면이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반격이 만만찮아 그때처럼 완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1998년 홍콩달러 하락에 베팅했다가 실패한 전력을 들어 소로스의 패배를 점치기도 한다. 소로스의 위안화 도발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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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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