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CEO 탐구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소통·배려·통합의 ‘3C 리더십’으로 ‘아시아·태평양 최우수 은행’ 이끌다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KEB하나은행의 총 자산규모는 290조 원 수준이다. 초대형 은행, 이른바 ‘메가뱅크(Mega Bank)’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메가뱅크가 곧 ‘리딩뱅크(Leading Bank)’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실 없이 덩치만 큰 메가뱅크는 결코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없다. 조직 간 완벽한 화학적 결합과 탄탄한 영업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함영주 초대 KEB하나은행장은 소통(Communication), 배려(Consideration), 통합(Consolidation)의 ‘3C 리더십’을 기반으로 KEB하나은행의 순항을 이끌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함영주 행장의 3C 리더십을 살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통합 후 3개월이 화학적 통합의 골든타임이다. 이른 시일 내에 화학적 통합이 완료될 수 있도록 조직의 리더들이 앞장서 움직여달라.

”2015년 9월 초 KEB하나은행 임원, 지점장, 부서장 등 1,300여 명의 임직원이 강원도 문막에 위치한 한솔오크밸리에 모였다. 통합 후 처음 열린 ‘KEB하나은행 출범 리더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이 자리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취임 후 처음 열린 공식 행사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함 행장은 ‘통합’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함 행장은 “계좌이동제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직원들 모두가 한마음이 돼 시너지를 발산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화학적 통합을 통한 원뱅크(One Bank)로의 변화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함 행장은 소통, 배려, 그리고 통합의 가치를 최우선에 둔 리더십을 기반으로 KEB하나은행을 이끌고 있다. 소통, 배려, 통합을 뜻하는 영어단어의 첫 글자를 취하면 이른바 3C 리더십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물론 그가 현재 보여주는 리더십은 KEB하나은행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평사원으로 시작해 메가뱅크의 수장에 오르기까지 함 행장이 보여온 업무 철학 역시 3C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직원들의 발 씻겨준 ‘세족식’ 일화
함영주 행장의 취미는 등산이다. 과거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부행장 시절에도 종종 직원들과 등산을 즐겼다. 그저 산을 오르내리는 취미는 사실 특별할 것이 없다. 함 행장의 ‘특별한 산행’은 하산 후의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함 행장과 함께 충청사업본부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당시 ‘특별한 산행’을 이렇게 회상한다. “2년 전쯤 함 행장과 직원들 100여 명이 함께 야간 등산을 떠났습니다. 당시 코스가 참 괜찮았어요. 약 10km의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습니다. 달빛을 보며 맨발로 산을 오르니 그야말로 힐링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렇게 산행이 끝나고 해산하려는 찰나에 어디선가 세숫대야 수십 개가 등장하는 겁니다. 바로 세족식 때문이었어요. 함 행장도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직원들의 발을 씻겨주었죠.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줘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진심이 피부로 느껴지더라고요.”

당시 함 행장의 ‘세족식 일화’는 금융권 전체에 깊은 울림으로 전해졌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함 행장의 이러한 행동이 결코 일회성 이벤트는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낮은 자세로 끊임없이 직원들을 배려하고 소통해온 함 행장의 모습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함영주 행장은 적어도 하나은행 내부에서만큼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던 함 행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지난 1980년 서울은행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평범한 은행원이었지만 함 행장은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단국대 야간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며 수년간 주경야독(晝耕夜讀)의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그는 한 발짝 씩 성장해나갔다. 지점장, 본부장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마침내 금융권에서 보기 힘든 ‘상고 출신’ 은행장 반열에 오르게 됐다.

소위 ‘스펙 좋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함 행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직원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의 이름과 생일, 애로사항을 일일이 기억했고 주기적으로 직원들과 허물없이 대화하며 회사에 대한 건의·불만사항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그의 별명인 ‘시골 촌놈’에는 허물없이 직원들을 대해온 함 행장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함 행장은 취임 일성에서도 ‘함혈연창(含血?瘡)’을 언급하며 소통과 배려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함 행장은 말한다. “중국 고사성어 중에 ‘함혈연창’이란 말이 있습니다. 위나라 명장 오기가 부하의 종기를 입으로 빨면서 부하의 목숨과 마음을 얻었다는 의미죠. 진정한 리더십은 직원을 내 몸같이 아껴 감동을 주고, 이를 통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이끄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겸손, 낮은 자세와 진정성 있는 리더십만이 우리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노사 상생’ 선언 이끌어내
KEB하나은행의 출범 초기만 해도 미래를 전망하는 시선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분위기의 두 조직이 화학적 결합에 성공할지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함 행장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과거 피합병 은행의 직원이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함 행장의 첫 직장이었던 서울은행은 지난 2002년 하나은행에 합병됐다). 하지만 세간의 우려를 씻어내기라도 하듯, 함영주 행장은 취임 후 첫 인사에서 통합 리더십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첫 인사를 통해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했고 경영기획부장, 검사부장, 인사본부장, 여신그룹장 등 핵심 부서의 임원과 부서장을 외환은행 출신으로 기용했다.

또 취임 2개월 만에 외환은행 노조(통합법인 출범 후에도 노조는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와 위기 상황 극복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기로 하는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상생’ 선언을 이끌어냈다. 현장을 방문해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다가갔던 함 행장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이었다. 외환은행 노조는 당시 선언문을 통해 “노사 상생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데 경영진과 인식을 같이했다”며 “비생산적 논쟁을 자제하고 경영진의 위기 극복 노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함 행장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성공적인 통합을 위한 함 행장의 이 같은 노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KEB하나은행은 2015년 12월 글로벌 금융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가 주최하는 ‘올해의 은행(Bank of the Year Awards 2015)’ 시상식에서 ‘아시아·태평양 최우수 은행상’과 ‘대한민국 최우수 은행상’을 동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최우수 은행’ 부문에서 국내 은행이 수상한 것은 이 상이 제정된 후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최 측은 이번 KEB하나은행의 수상에 대해 “성공적인 통합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통합 후 2개월 만에 노사 상생 선언을 도출하는 등 잡음 없는 인수합병의 선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함 행장 역시 “이번 수상은 새롭게 출범한 KEB하나은행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로 풀이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혁신적인 금융 상품과 서비스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일류은행으로서 대한민국 금융의 위상을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남은 최대 과제는 수익성 개선
통합은 이뤄졌다. 조직 내 화학적 결합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연착륙에 성공한 KEB하나은행은 과연 지금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함영주 호(號)의 진정한 시험대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 A 씨는 말한다. “지금까지 함 행장이 보여준 성과는 꽤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죠. 무엇보다 2015년 상반기부터 이어져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전) 수익성 악화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불어난 몸집만큼 수익성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극약 처방이 필요한데, 이는 아물기 시작한 통합의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거든요. 애당초 KEB하나은행이 기대했던 ‘통합의 시너지’는 결국 실적 개선입니다. 함 행장도 실적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통합 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2015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6,689억 원과 2,544억 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자산규모 1위 메가뱅크로 재탄생한 KEB하나은행에겐 수익성 개선이 가장 시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적 개선을 위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바로 전산 통합이다. KEB하나은행 측은 현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 시스템 통합 시점을 2016년 6월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산 통합은 곧 분리되어 있는 개별 영업점의 업무 연계로 이어진다. 함 행장도 영업망 정비를 통한 영업력 강화를 수익 개선의 핵심 열쇠로 꼽고 있는 만큼 전산 통합 완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행인 점은 전산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함 행장 취임 후 KEB하나은행의 실적이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의 원화 총대출 규모는 2015년 11월 기준 172조 3,08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함 행장 취임 전인 2015년 8월 말 170조2,370억 원과 비교하면 2조 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원화 총수신 규모도 173조30억 원에서 173조2,370억 원으로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큰 증가 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간과해서는 안 될 수치다.

함영주 행장의 노력은 KEB하나은행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통합 전 하나은행의 강점으로 꼽혔던 ‘프라이빗 뱅킹(PB·Private Banking)과 외환은행의 강점이었던 외환 분야를 살려 전 직원을 프라이빗 뱅커와 외국환 전문가로 양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금융환경 도래에 맞춰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

함영주 행장은 취임 4개월 동안 다양한 전략을 기반으로 KEB하나은행의 연착륙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함 행장과 KEB하나은행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그렇기에 소통, 배려, 통합으로 대표되는 함영주 행장의 3C 리더십을 더욱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함 행장 집무실 앞에 걸린 문패에는 ‘은행장실’이 아닌 ‘섬김과 배려’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고 한다. ‘섬김과 배려’를 바탕으로 시골 촌놈에서 메가뱅크 수장에 오른 함영주 행장의 인생 역정은 향후 KEB하나은행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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