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 국가대표 스타트업] 인터뷰 l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전문지식·사업기획·자금조달 3가지 창업 성공 요소에 주목하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탄생한 민관합동 네트워크다. 포춘코리아가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을 만나 한국 스타트업의 현주소와 성공적인 창업 생태계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의견을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2013년 7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네이버, 다음카카오, SK플래닛 등 인터넷 기업들과 국내외 투자기관, 창업보육기관, 관련 협회·단체 등과 함께 만든 창업지원 비영리 기관이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스타트업 창업을 활성화하고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는 활동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실리콘밸리 한인 네트워크인 베이에이리어 K그룹(Bay Area K-Group) 멤버들을 초청해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콘퍼런스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임정욱 센터장은 조선일보 기자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조선일보를 퇴직하고 UC버클리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MBA를 취득했다. 2006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한 후 다음커뮤니케이션 서비스혁신본부장을 거쳐 미국 검색포털 라이코스 한국지사 CEO,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문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모바일 앱서비스 분야에 너무 치중되어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만큼 스마트폰 보급률과 이용률이 높은 나라는 없다. 모바일 앱서비스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많이 시작하는 건 비교적 쉽게 큰 시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선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모바일 앱서비스는 대체로 B2C 비즈니스 모델에 국한되어 있다. B2C 서비스 중에서도 외견상 규제가 적어 보이는 분야에서 창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B2B 분야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예컨대 의료나 바이오 분야, 핀테크, 하드웨어 쪽 스타트업이 적다.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나라에는 규제가 많다. 대기업 위주의 기업 생태계에 작은 기업들이 들어가서 성장하기도 쉽지가 않다. 소프트웨어 분야를 예로 들어 보겠다. 스타트업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대기업에 판매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SI계열사들이 만들어 수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나 대기업 위주의 거래 관행을 깰 수 있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나.
스타트업들의 변화에 비해선 느린 편이다. 선제적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일본은 최근 관광객이 급증하자 빈집들을 관광객들에게 숙소로 내놓을 수 있게 허용해 주었다. ‘에어BNB’같은 스타트업이 생길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셈이다. 일본 지바시는 ‘드론 특구’를 지정해서 관련 규제를 없앴다. 그곳에선 현재 드론을 통한 택배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제주도를 핀테크 특구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중국 관광객이 핀테크로 결제하는 것에 대해 규제를 없애자는 얘기다. 이슈가 만들어진 뒤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규제를 풀어주면, 관련 산업을 키우는데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듯 보이는 스타트업을 모방해 나오는 서비스들이 많아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나.
서비스를 똑같이 베낀다면 곤란하겠지만, 사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은 없다. 한국 안에서도 서로가 “저 스타트업이 다른 곳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베끼고 있다”고 말하는걸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중에는 이미 해외에서 서비스 중인 모델을 본떠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처음엔 비슷하게 시작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승부가 가려진다. 궁극적으론 고객들이 가장 좋은 서비스를 선택하게 된다. 과거 야후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야후코리아는 미국식 포털 서비스를 고수해 한국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다음과 네이버는 야후코리아와 경쟁해서 살아 남았다. 한국식 로컬 서비스를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대체로 기반 자금 확보, 사업 진입 규제, 우수 인력 확보 순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창업 3년 차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 유치와 인력 확보에 가장 목말라 한다. 3년 차 이상은 인력 확보와 제품·서비스 홍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3년 차 이후 제품·서비스 홍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기업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고민이라 생각된다. 이 외에도 우린 스타트업 창업 성공의 세 가지 요소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전문지식과 사업기획·제품개발, 자금조달이라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가 궁금하다.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다양성을 꼽고 싶다. 실리콘밸리에는 투자, 인재 수급, 고객층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함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일단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을 가진 수 많은 회사들이 공존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능력 있는 회사 구성원들도 많다.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 성공한 창업자도 많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놓여 있는 셈이다.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려고 할 때, 같은 장소에서 사업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고객이 될 수도 있다. 스타트업에 취직하고자 하는 사람입장에서도 실리콘밸리는 유리하다. 자신과 맞는 분야의 스타트업을 골라서 갈 수 있다.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한국보다 훨씬 적다. 실패를 해도 비즈니스를 다시 시작하거나 이직할 곳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다양한 비즈니스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어서 실패에 대한 인식도 관대한 편이다. 실패해도 다시 두 번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환경에서 혁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 비즈니스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당연한 말이지만 글로벌시장에서 쉽게 이용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쉽게 얘기하면 굳이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제품·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비디오 채팅서비스나 카메라 앱 등을 꼽을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 이용 시 복잡도가 높으면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때 각 나라 별로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실패하더라도 될 때까지 두드려보는 정신도 중요하다. 네이버도 채팅 서비스 ‘라인’을 성공시키기까지무려 10년이 걸렸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해당 시장을 파악해나갔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우선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성공한 창업자가 나와 후배들을 돕기 위해 나서야 한다. 한국에서도 좋은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민간 스타트업 초기 투자자들도 생기고 있다. 성공한 창업자들이 공개석상 강연에 나와 조언도 하고 투자도 하고 있다.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했던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옮기고 있기도 하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선순환을 이뤄나가는 좋은 시그널이라 보고 있다.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이 있다. 중요한 건 정부 지원에서 벗어나 자생적으로 생태계를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정부가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다양한 혁신을 해봐야 한다.


임정욱 센터장은…
▲조선일보 기자(1995년~1999년)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문장(2008년~2009년) ▲라이코스 코리아 CEO(2009년~2012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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