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업 빚 갚을 능력, 파키스탄보다 떨어진다

현금흐름보상배율 0.5배로 41개국 평균의 절반도 안돼

단기차입 비중 42.6%로 5위

영업활동 따른 수익성은 꼴찌



우리나라 기업의 단기차입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이 파키스탄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우리나라 금융위기의 방아쇠를 당겼던 단기차입금 비중도 주요 41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아 금리 인상에 취약하고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지적됐다. 우리 기업의 수익성이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지는 와중에 빚 갚을 능력마저 떨어지면서 국내총생산(GDP)액을 넘어선 기업부채가 위기를 촉발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의 기업부채 리스크'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현금흐름보상배율은 0.5배로 주요 41개국 평균인 1.3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금흐름보상배율은 기업이 영업으로 번 돈(순이익)으로 이자비용과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0.5배라는 것은 1년간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를 절반밖에 상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는 파키스탄(0.8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며 중국(0.4배)을 제외하면 꼴찌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기업의 빚 갚을 능력을 다른 나라와 비교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 기업의 현금흐름보상배율이 낮은 것은 단기차입금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차입금 가운데 단기차입금 비중은 42.6%에 달한다. 파키스탄(56.0%), 대만(53.0%), 베트남(52.8%), 중국(49.3%)에 이어 다섯 번째다. 단기차입금을 제외한 현금흐름 '이자'보상배율은 6.6배로 전체 평균(7.8배)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기업 영업활동에 따른 수익성이 낮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7.1%로 그리스(7.1%)와 함께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 전체 비금융법인의 핵심부채(채권발행액+대출금+정부융자액)는 지난해 3·4분기 기준 1,631조7,000억원에 달한다. 경상GDP 1,539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위축에 따른 실적악화나 단기적인 상환 압력에 취약하다"며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부실확대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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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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