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 미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에는 유가 하락과 더불어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고용·소비·주택 및 자동차판매 등 국내 수요를 이끄는 원동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에서 올해 증시도 긍정적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미국과 전 세계 기업의 매출 및 이익 성장이 모두 둔화되었으며, 달러 강세 부담이 미국 기업에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프랭크 카루소(사진) 미국 AB자산운용의 미국 성장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증시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카루소 CIO는 미국 내에서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대표적 펀드매니저로 그가 운용 중인 '얼라이언스번스틴 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는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글로벌 우량 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한 해 9.62%의 수익률로 벤치마크인 러셀1000 지수 수익률(5.67%)을 크게 앞질렀으며 3년 누적수익률도 18.85%의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카루소 CIO는 올해 미국 증시도 긍정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비록 연초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과 국제유가의 약세로 전 세계적 경기 둔화의 우려가 커졌지만 그는 이 역시 하나의 기회로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수요 감소와 저유가가 인플레이션 전망을 떨어뜨린 덕분에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은 반대로 크게 늘어났다"며 "이에 기초해 올해 미국의 경기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차례 실시될 것으로 점쳐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도 글로벌 경제성장의 둔화에 대한 우려로 완만해질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카루소 CIO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인플레이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연준도 계속 완화적 기조에 더 무게를 두게 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지난 2014년부터 지속돼 미국 경제의 변수로 떠오른 그동안의 달러 강세도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간 금리 기대치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며 "작년처럼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20% 이상 상승하는 일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루소 CIO가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화와 관계없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인지 여부다. 그는 "경기변동에 상관없이 관련 자본비용을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보이면서도 꾸준한 재투자로 이어지는 기업이 주된 투자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동안 "글로벌 거시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지가 주된 투자 기준"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그가 올해 주목하는 섹터는 정보기술(IT) 등 기술주와 소비재, 헬스케어다. 실제 그가 운용 중인 얼라이언스번스틴 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의 경우 기술주, 소비재, 헬스케어에 총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투자하고 있다. 투자비중 상위 기업도 구글 알파벳, 애플, 페이스북, 바이오젠(미국 4대 제약사), 홈디포(건자재 판매업체) 등이다. 그는 "이들 업종은 미국 내 기업들 중 가장 인상적인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들 업종에서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기업들을 발굴해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미국 주식형펀드를 운용한 베테랑 펀드매니저로서 그가 말하는 미국 증시의 투자 매력 역시 '혁신'이다. 카루소 CIO는 "전 세계 시장의 혁신을 이끄는 헬스케어·소비재·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두 미국에 있다"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증시의 장기적 이익성장률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끊임없는 혁신을 이어온 덕분에 최근 30년간의 복리 수익률에서 미국 증시를 능가하는 시장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He is… 박준호 기자 violator@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