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직무능력·성과 중심의 노동시장 돼야

연공 위주 경직된 노동시장탓… 유능한 인재·여성 활용 막혀

개혁으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우리나라 노동 시장은 닫혀 있다. 대기업 및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있다. 어디에서 출발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정규직으로 취업하기 위해 대학 졸업을 늦추고 취업 3수·4수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능력이나 역량보다 학벌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7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결과적으로 청년 실업난과 구조적 노동 시장의 인력 미스매치 원인이 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은 넘쳐나나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이면서 동남아 외국인력을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해도 성과나 역량보다 재직 기간 및 조직에 대한 헌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 퇴출되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외국의 경우와 달리 삼성전자 임원이 현대자동차로 전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직무 능력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 시장은 일(직무)보다 사람 중심으로 움직인다. 사람 중심의 노동 시장은 따뜻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여성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요인도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여성 활용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뒤에서 두 번째다. 출산이나 육아를 위해 휴직하거나 시간제 근로를 하려는 경우 유사한 직무 능력을 갖춘 근로자로 대체하기가 어려워 동료 근로자에게 결과적으로 피해를 주고 고용주는 여성 고용을 꺼리게 된다. 여성이 대부분인 간호사의 경우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임신을 순번을 정해 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는데 미국의 경우 파견업체 소속 간호사들이 임신이나 육아 휴직 중인 간호사의 업무를 해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 파견법이 노정 및 여야 간에 최대 쟁점이 됐는데 일본 등 선진 산업 국가에서는 파견 근로자 사용이 우리보다 활발하다. 직무 중심으로 일이 이뤄지므로 동일 노동을 규정하기가 용이해 파견 근로자와 원청 근로자 간 차별이 적은 까닭이다.

직무 능력 중심 노동 시장이 구축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학벌 중심의 사회 구조를 타파하고 능력 중심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을 지난 2014년 완료하고 2015년을 출발점으로 해 오는 2017년까지 공공기관 채용을 NCS 기반으로 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채용뿐 아니라 배치전환·교육·승진 등 인력 운용에서 직무 능력이 학벌이나 근속 등을 대체하는 것을 선도해 보다 열린 노동 시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과 중심의 인력 운영 및 임금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직무 능력을 발휘해 성취한 성과가 제대로 보상받아야만 능력 중심 사회의 기반이 구축될 수 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직무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 운영 및 임금 체계 지침은 연공 중심의 우리나라 노동 시장을 직무 능력과 성과 중심의 노동 시장으로 개편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쉬운 해고를 위한 제도라는 이유로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논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 중심의 노동 시장 구축으로 연공이나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 사회를 마련함으로써 비정규직이 과도하게 양산되는 것을 막고 청년 실업을 완화하고 여성 근로자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계는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다시 살려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의에 나서 학벌이 아닌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사회 구축에 기여하고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에 부합해야 한다.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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