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258> ‘호갱 안전지대’를 찾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 ‘호갱(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상술에 속아 덤터기를 썼다는 것을 인지하면 상황을 바로잡으려 노력하기 마련이다. 호갱이 호갱으로 남는 순간은 본인이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까지만이다. 그래서 똑똑한 소비자들은 인터넷 카페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구매로 중간 수수료를 낮추기도 한다. 정보 비대칭(일반적으로 판매자의 정보를 구매자가 모두 알 수 없다. 이 불균등한 정보 구조를 정보 비대칭이라고 한다)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정보 접근성은 월등히 높아졌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 블로그, 카페에 올라온 비교체험, 사용기를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은 필수 코스니까. 물론 어디든 돈이 되는 곳에는 교묘한 광고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대놓고 제품을 광고하는 대신 잠재소비자인 척 특정 상품을 옹호하는 글을 쓰거나 대가를 받고 후기글을 올리는 경우가 꽤 많지 않은가. 광고와 솔직 체험기 등이 섞인 ‘정보의 바다’에 이용자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 ‘손해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엄청난 시간을 들여 검색하고 또 검색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일회성 이벤트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생에 단 한번 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결혼은 예비 부부의 결정장애를 심화시킨다. 스드메 패키지에서 결혼식장 비용, 살림살이 장만까지(신혼집 마련은 논외로 하자, 집을 인터넷 카페에서 구입하진 않으니까) 대개 결혼준비를 시작하면서 처음 접하게 되는 것들 투성이다. 이럴 때 의지가 되는 건 같은 고민을 겪고 있을 예비 부부들 뿐이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고민과 스드메 견적 등을 활발히 공유한다. ‘가격은 좀 싼데 불친절하다’거나 ‘최악의 경험이었다’라는 평이 올라오면 업체명을 알려달라는 댓글이 수십 개다. 같은 업체를 나만 비싸게 이용해서도 안되고, 저렴한 곳만 고집하다가 뒤통수 맞기도 싫으니 타인의 경험을 빌어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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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결혼식을 올린 지인은 스드메 패키지에만 수백만 원을 냈다. “비교해볼걸, 너무 후회한다”고 입을 연 그는 준비기간이 짧아 모든 걸 웨딩플래너에게 일임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추천업체의 최종 금액은 처음에 얘기한 액수의 1.5배에 이를 정도로 추가사항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최선일 거라고 생각해야만 했단다. 그는 본인의 결혼식을 마치고 뒤늦게 웨딩 커뮤니티에 가입했단다. 그리고 본인이 ‘호갱’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지인은 뒤통수를 맞은 게 분명해 보인다.

업체 견적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 덕분인지 가격은 웨딩 카페가 저렴할 거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가 무조건 더 좋고 쌀 거라는 인식은 위험하다. 당신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호갱’이 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웨딩 카페 운영자들 역시 대부분 웨딩플래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업체 말을 믿을 수 없어서 찾은 공간이지만 이 역시 또 다른 업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같은 구성의 상품인데도 가격이 다른 이유는 업체별 납품원가의 차이 탓일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떤 상품은 지인이 진행했던 업체가 인터넷 카페 가격보다 저렴했다. ‘어디도 100% 믿지는 마시라, 비교분석해야만 호갱의 굴레를 벗어난다’는 뻔한 결론은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계속해서 의심하게 만드는 불신 사회의 민낯이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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