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드론, 생김새·기술 다르지만 역경 극복한다는 점에선 똑같죠"

설 앞두고 연협회장·바이로봇 공동창업자 만나다

●리기태 한국연협회장

연 정서적이지만 드론은 과학적… 아이들에게 두가지 모두 필요

●홍세화 바이로봇 창업자

글로벌 주력산업으로 뜨는 드론 연처럼 제작자의 혼 담겨져야

기획취재 '연 vs 드론'3
리기태(왼쪽) 한국연협회 회장과 홍세화 ㈜바이로봇 전략담당 이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 우리 전통연인 방패연과 드론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리 회장은 마지막 남은 조선 시대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이며 홍 이사는 완구용으로 쓰이는 국산 초소형 드론 제조사 바이로봇의 공동창업자다. /송은석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그리운 고향을 찾아 아들·딸, 또는 아버지와 함께 너른 들판에서 연을 날리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풍습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하늘을 드론이 차지하고 나섰다. 기술 발달로 바뀌기 시작한 설 풍속도다.

이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연 명장과 드론 전문가는 수천년을 이어온 전통과 과학기술을 접목해 세계적인 한국적인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연과 드론 모두 바람이라는 역경을 극복해야만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또 다른 지혜를 준다고 강조한다.

설을 앞두고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서 민속 연의 명장 리기태(66) 한국연협회 회장과 드론 제작업체인 바이로봇의 공동창업자 홍세화(33) 이사를 만나 연과 드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리 회장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 어디 둘러봐도 내 땅 한 평 없지만 하늘은 모두 내 것"이라며 40년 내공이 묻어나는 말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나라에 마지막 남은 조선 시대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다. 민어 부레나 소가죽 등 동물을 이용해 만드는 아교, 직접 재배한 닥나무로 만든 창호지, 직접 구하고 벼른 대나무로 만든 연살까지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리 회장은 "연날리기는 자연과 하나 되는 행위"라며 "하늘과 대화하고 송액영복(送厄迎福·액을 멀리 보내고 복을 받아들인다)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회장의 말을 듣고 있던 홍 이사는 "드론도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에서 사람이 보지 못하는 전경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연과 비슷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로봇이 만든 페트론(애완동물을 뜻하는 펫과 드론을 합한 이름)은 색과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드론 시장이 열리면서 바이로봇은 지난해 매출이 17억원에 그쳤으나 올해는 8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연과 드론이 언뜻 서로 다른 세계의 물건처럼 보이고 서른 살이 넘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하늘에 대한 염원과 도전'이라는 점에서 금세 공감대를 형성했다. 리 회장이 "한 사람이라도 더 연 날리기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말하자 홍 이사는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비행기구로 하늘을 향한 인간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것이 바이로봇의 비전"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신세대 물건'인 드론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 리 회장이 "연은 정서적인 면이 강한 반면 드론은 과학적"이라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홍 이사는 "연과 드론이 얼핏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 같지만 모두 바람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지향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특히 홍 이사는 한옥마을에 있는 리 회장의 공방에 놓여 있는 형형색색의 연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리 회장은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중국 등 각 나라의 연은 그 모양만으로 국적을 알 수 있다"며 "세계 드론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에 맞서 한국의 정서가 담긴 디자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자문을 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홍 이사는 "어떤 제품이 명품이 되고 브랜드로서 가치를 얻는 것은 생산 방식의 문제라기보다는 제작자의 혼이 담겨 있느냐의 문제"라며 "앞으로 연과 드론을 함께 날릴 수 있는 행사 등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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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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