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기 캐릭터는 3~4배 웃돈 거래도"

■ 애니메이션따라 '웃고 우는' 완구 시장

바이클론즈 애니메이션 완구 매대
서울 완구 도소매유통 매장 내 영실업의 '바이클론즈' 진열대 중간에 놓여진 TV에서 해당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다.
터닝메카드 다이노포스 완구 진열대
완구 전문매장 앞에 진열된 완구들은 손오공의 터닝메카드 등 애니메이션과 함께 인기를 끈 제품들이다. /백주연 기자

자본력 갖춘 애니 제작 기업 여러 브랜드 한꺼번에 출시

완구시장 부익부 빈익빈

일반 장난감 물량은 감소… "다양성 줄고 획일화" 지적

소기업은 판로 확보 못해 TV 편성 놓고 경쟁도 치열


직장인 윤태양씨(39)는 지난 연말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완구를 사주려고 했다. 갖고 싶은 완구 이름이 적힌 종이를 받아들고 완구점을 돌았지만 윤 씨는 해당 완구를 찾을 수 없었다. 완구 업체에 확인해보니 존재하지 않는 상품이었다. TV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한 새로운 캐릭터였던 것. 완구 업체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완구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해 그에 맞춰 완구가 제작되는 경우도 많다"며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부터 완구 수요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완구나 학용품 등으로 만들어져 왔다. 최근엔 애니메이션 제작 초기부터 완구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를 증명하듯 대형마트와 완구 전문점 매대 곳곳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TV를 볼 수 있다. 서울 창신동 '동대문 완구·문구 종합도매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완구 도매유통업에 종사하는 김기영씨의 매장에도 진열대마다 TV가 올라가 있다. 김 씨는 "요즘엔 애니메이션이 없으면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닌 일반 장난감 물량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력이 있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들은 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한 번에 출시하면서 완구 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TV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따라 완구 시장이 좌우되면서 완구 상품군의 다양성은 줄어들었다. 애니메이션과 연계되지 않은 완구는 제조되지 않아서다. 국내 대형마트 한 곳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완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40개 중 거래의 70%는 손오공, 레고, 영실업 등 3개 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매시장에서도 진열되는 상품군이 획일화되고 있다. 미니카를 만들어 온 한 완구 소기업 대표는 "제품을 만들어도 유통채널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비용이 완구 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의 부담도 늘어났다. 완구 유통업계에 따르면 TV 애니메이션에서 방영되는 완구의 가격은 일반 완구에 비해 20% 이상 비싸다. 심지어 인기 캐릭터의 경우 사재기 현상이 벌어져 3~4배의 웃돈이 더해져 거래되기도 한다.

인기 완구 제조 업체들도 이런 현상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한정된 어린이 애니메이션 편성 채널과 시간대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백주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