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돈·권력으로 덧칠한 오늘의 미술품

■ 동물원이 된 미술관

니콜레 체프터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지만 독일어 원제는 'Kunst Hassen'. '미술을 증오한다'로 번역할 수 있겠다. 책은 "미술을 사랑하는 이는 미술을 증오해도 된다. 나머지 다른 것은 거짓이고 허위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경건한 태도로 미술을 숭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관람객은 감흥없는 작품 앞에서 "무의미한 칭찬과 아부로 점철된 미술계"에 동조해야 한다. 울타리 너머를 마냥 바라봐야만 하는 동물원의 구경꾼처럼 말이다.

미술은 성스러운 흠모와 동경의 대상이며, 미술품은 천재성과 광기의 결과물이라는 통념 앞에 분노한 저자는 대학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저널리스트다. 그는 돈에 종속돼 투자처가 되어버린 미술작품과 치사한 권력에 휘둘리는 미술계를 향해 "미술을 증오한다"고 외친다. "미술로 돈벌이를 해왔기 때문에" 그리고 "미술은 위계질서로 이루어진 시스템이기 때문에"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현대미술을 포장하는 모든 신화와 난해한 해석이 향하는 것은 결국 '돈의 매커니즘'이라는 지적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유럽 미술계에 바탕을 둔 책이지만 한국 실정에도 딱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은 더욱 안타깝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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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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