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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모두 좋지 않다. 2016년 연초부터 2월 중순까지 주가지수 하락폭은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21%,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는 4%, 코스닥지수는 10%에 이르고 있다.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기존 시장수요의 감소에 대응하려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수의 기업들만 성공하고 있다. 왜 기업들이 기회경영·변화경영에 실패하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신사업 창출의 속성에 맞게 전략과 역량, 조직체계 및 기업문화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위기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위기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진정으로 절감한다면 기업은 혁신의 동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기업은 조직 성과가 기대수준과 목표에 미달할 때, 그리고 기업을 둘러싸고 급속한 환경 변화가 나타났을 때 위기를 느낀다. 현 상황이 위기인가 아닌가의 문제 인식은 사실 기업의 꿈과 목표의 수준과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위기 극복방법은 기업의 목표를 높고 명확하고 방향성 있게 설정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고 환경변화에 대한 민감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기업이 미션과 비전을 명확히 정립하고 왜 일하는지 사명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변화 경영의 출발점이다.
둘째, 우리 기업이 처한 경영환경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작은 저수지나 강가에서 고기를 잡을 때는 고기는 늘 있었고 고기 잡는 법이 중요했다. 그렇지만 큰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려면 고기 잡는 법보다 고기 찾는 법이 더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은 국내외에서 글로벌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이제는 고기를 찾아 나가야 하고 고기를 찾는 경영방식, 즉 기회의 파악과 실현이 가장 중요해졌다. 저수지의 고기를 잘 잡는 것에 맞춰진 조직과 역량으로는 이러한 기회경영에 성공하기가 어렵다.
셋째, 기업들이 조직 내에 기업가형 경영자(the entrepreneurial leader)를 키워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모방을 통해 정해진 길을 바쁘게 달려온 급속한 성장단계에서 관리자형 경영자(the administrative manager)를 많이 키워왔고 지금도 위기대처 전략의 핵심을 원가절감 등 내부적 노력에서만 찾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이런 내부 노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외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현상 유지도 쉽지 않다. 기업가형 경영자는 주어진 사업에서 현상을 잘 유지하는 데 역점을 두는 관리자형 경영자에 비해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실험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역할을 수행한다.
넷째, 이러한 기업가형 경영자가 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려면 조직구조 및 문화, 평가기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신규사업은 성과를 얻기까지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며 단기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는 조직에서는 기업가형 경영자가 살아남기 어렵다. 여러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사내벤처, 양손잡이 조직, 창의혁신 조직 등은 좋은 시도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올바른 인식이며 평가기준을 비롯한 기업 인프라가 바뀌는 것이다.
기업가형 경영자의 활동은 기회추구단계와 성장추진단계를 따라 수행된다. 기회추구단계에서는 ① 환경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사업모형을 구상하는 탐색(explore) 활동과 ② 이를 구체적 제품으로 구현해보고 실험·검증해보고 사업모형을 개선하는 실험(experiment) 활동이 주를 이룬다. 반면 성장추진단계에서는 ③ 초기수요자를 찾아내고 자원을 확보하고 조직을 구축하는 진입(emerge) 활동과 ④ 성장을 위한 전략적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성장(exploit) 활동이 이뤄진다. 이러한 인식과 패러다임, 경영자의 역할, 하부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기회중심의 기업가정신을 기존기업에서 꽃피우기는 쉽지 않다. 벤처기업뿐 아니라 기존기업이 바뀌어야 한다. 사내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은 기업가형 경영자들이 만들 수 있고 이러한 기존기업의 변화가 창조경제를 추구하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배종태 KAIST 경영대학 교수